성큼 다가온 가을하늘이 주는 선물

Posted by peterjun
2018. 9. 2. 20:38 일상이야기/일상 다반사

유난히 뜨거웠던 여름이 한 발짝 물러서는 대신 청명한 가을 하늘이 다가왔습니다. 아침 저녁으론 선선한 바람이 불어 여름 내 밤잠을 설쳤던 일도 머지않아 까마득해지겠지요. 언제 왔냐는 듯 금새 겨울에 자리를 내어줄테니, 우리는 이 가을을 한껏 즐겨야만 합니다. 

<성큼 다가온 가을하늘이 주는 선물>

멋진 한강철교

1. 힐링의 가을 하늘

오랫동안 묵은 검붉은 피처럼 내 안 구석에 존재하는 우울함과 슬프고 힘든 감정들. 이 감정들을 순화시키고 날려버릴 수 있게 해주는 게 이 계절의 하늘이 아닌가 싶습니다. 유난히 높고 맑기에 비록 눈으로 들어오는 아름다움이지만, 온 몸 구석구석, 온 마음 구석구석을 씻어내려주는 느낌입니다. 

가을에 유독 산책하는 걸 좋아하는 이유는 이런 감성의 여유로움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한강을 거닐고, 짚앞 공원을 거닐고, 때론, 어디론가 떠나 산책이 있는 여행을 즐기기도 합니다. 

영월 장릉에서 본 가을하늘

2. 계절의 소중함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선 유독 계절의 소중함을 느끼기에 좋은 것 같습니다. 특히 올해는 지독한 여름 때문에 짜증도 많이 났지만, 또 한편으론 지구 환경에 대한 생각도 많이 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어요. 추운 겨울이 지나 따뜻한 봄의 소중함을 느끼고, 뜨거운 여름 뒤의 시원한 가을의 소중함을 느끼지요.

경포생테저류지 코스모스

무엇이든 비교대상이 있으면 상대적으로 소중함을 느끼기 쉽습니다. 추울 때 더운 여름의 해변가를 떠올리고, 땀 뻘뻘 흘리는 여름에 하얀 눈이 그립듯이...

3. 풍요로움을 기다리는 마음

가을은 천고마비의 계절이라고 하지요. 온갖 자연이 주는 선물들이 우리네 식탁에 가득 올려질 수 있는 멋진 계절입니다. 초가을 하늘을 보면 곧 다가올 풍요로움을 기대하게 됩니다. 잘 익은 과일들과 샛노랗게 물든 논과 밭들. 

눈과 입이 즐거운 계절입니다. 오늘은 보드랍고 탐스러워 보이는 황도를 좀 사왔어요. 그리고, 햇사과와 햇배도 조금 사왔네요. 이제 곧 더 맛있는 것들이 이어지겠지요? 추석도 기다려집니다. 

영월 청령포

4. 이별 준비

이별의 계절이기도 한 가을. 한없이 푸르고 맑은 가을 하늘이지만, 그 너머엔 헤어짐과 텅빈 공허함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모든 것을 수확한 뒤에는 '비어 있음'이 있듯이, 사랑 뒤에는 이별도 존재하지요. 결국 돌고도는 세상 이치의 정점에서 내리막길을 예고하는 계절인 것입니다. 

제주 한라산에서 올려다 본 하늘

가을을 유독 좋아하는 저이기에... 책 몇 권 들고 이 계절이 끝날 때까지 조용한 호숫가에서 고독을 즐겨보고 싶네요. ^^ 어림도 없겠지만요. ㅎㅎ

[참고 글]

- 사색과 함께하는 가을 한강산책 코스

- 코스모스 사이로 보이는 가을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