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대국밥 하나로 건물까지 지은 서일순대국, 한끼식사

Posted by peterjun
2017. 2. 7. 10:02 일상이야기/맛집과 먹거리이야기

동네마다 그 동네를 대표하는 맛집들이 여러 곳 있기 마련입니다. 보라매역에서 보라매공원으로 가는 길 중간 즈음에 위치한 신대방맛집 서일순대국은 50년도 넘은 이 동네 최고의 맛집 중 하나입니다. 40년 전통이라는 말이 오래전부터 붙어 있었으니, 아마 50년을 지나 60년이 다 되어가지 않을까 싶네요. 제가 애용하기 시작한 지도 벌써 20년이 다 되어갑니다. 

보라매역맛집 서일순대국

조그만 가게에서 시작하여 옆 가게를 인수하여 넓히고, 또 그렇게 넓히고... 결국 골목 맞은편에 건물을 짓기까지... 서일순대국은 장사가 정말 잘 되는 식당입니다. 건물 완공하고 처음으로 그곳에 식사하러 갈 때 어떻게 순대국밥 하나로 건물까지 지을 수 있는지 그저 신기하기만 했었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오리지널 허름한 곳으로 먹으러 갔었는데요. 추억이 묻어 있는 곳에 대한 마음 때문이겠지요. 지금은 그런 허름한 풍경은 모두 사라지고 없습니다. 처음 시작했던 그 자리도 모두 리뉴얼하였기 때문이죠. 

서일순대국 메뉴

상차림은 무척이나 심플합니다. 청양고추, 양파, 배추김치, 깍두기, 새우젓. 한 번도 다른 반찬이 올라왔던 적이 없지요. 국밥집의 핵심이기도 합니다. 김치가 얼마나 맛있느냐에 따라 장사의 정도가 결정되기도 합니다. 배추김치는 겉절이로 짜지 않고 조금은 심심하면서도 간이 적당해 이 김치만 있어도 밥을 한 그릇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맛이 좋습니다. 깍두기는 신맛이 최적화되어 이 또한 기가 막히게 맛이 좋지요. 국밥과 궁합이 최곱니다.

메뉴는 순대국이 메인이고, 술 한잔 하는 분들은 술국이나 오소리감투, 야채순대 등을 추가 주문하기도 합니다. 20년을 다녔지만, 순대국과 술국만 먹어봤네요. ^^

밑반찬

진하고 뽀얀 국물이 팔팔 끓고 있는 상태로 순대국이 나옵니다. 쌀쌀한 날씨에는 더더욱 어울리는 음식이기도 하지요. 예전에는 순대 손질하는 모습, 김치 만드는 모습을 오며가며 항상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작업시설까지 다 따로 갖추고 있어 조금 덜 위생적이라도 정감 넘치는 모습을 보기는 어렵네요. 대신 깔끔해졌고, 현대식이 되었지요. ^^

순대국

서일순대국

각종 내용물이 가득 들어 있습니다. 순대는 일반 떡볶이집에서 먹는 순대가 아니라 이집만의 순대인데요. 예전에 아바이순대라는 말을 알게 되면서 그건 줄 알았는데, 그냥 야채순대이더군요. ㅋ 예전만큼 요새는 자주 가지는 않는데, 추억의 모습들이 대부분 제거된 것도 이유이고 오랫동안 다니던 식당이다 보니 자꾸 예전과 비교가 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순대

지금 나오는 순대국밥의 양만 해도 배가 터질 지경인데, 예전에는 내용물이 이보다 배는 나왔었거든요. 그래서 많이 먹을 줄 아는 제 입장에서도 남기기 일쑤였지요. 음식물 잔반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양을 조금 줄이긴 했어야 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어쩐지 그게 아쉽기도 하네요. ㅠ

순댓국

저는 하얀 국물보다는 빨간 국물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새우젓 간보다는 다데기를 넣어 얼큰하게 먹는 편이지요. 빨간 국물만 보면 속이 풀리는 느낌이라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이야 술을 잘 안마시지만, 한때 주당이었기에 얼큰한 국물에 소주 한잔하는 걸 정말 좋아하지요. 

순대국밥

술을 마실 땐 밥을 따로 말지 않고 먹지만, 식사하러 갔을 땐 국물 색과 간을 맞추고 바로 밥을 말아 먹습니다. 국밥의 마력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전 이렇게 먹는 걸 정말 좋아합니다. 밥 한 그릇 말아서 깍두기 하나 올려 먹으면 그 맛이 정말 기가 막히지요. 

순대국밥

깍두기

요새는 순대국밥집도 맛집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동네마다 여러 곳이 있는 만큼 그럴 수밖에 없겠지요. 한때 서울 3대 순대국집이라고 손꼽히기도 했는데, 지금은 아마 많이 밀렸을 것 같네요. 식당 규모가 엄청 커지면서 많은 것들이 조금씩 뒷걸음질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북적이는 건 그만큼 괜찮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네요. 

추위와 배고픔이 한꺼번에 몰려들 때면 종종 생각나는 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