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 배려따위 없는 천안검찰청

Posted by peterjun
2018. 11. 25. 00:37 일상이야기/일상 다반사

한국뿐만 아니라 그 어느 나라도 사회적 약자가 온전히 배려받고 보호받았던 시대는 없었을 것입니다. 인간은 본래 잔인하기 짝이 없고, 가만히 내버려 두면 이기적인 동물이기도 하지요. 우리나라는 지금 이 시대에 많이 배려하고 좋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었네요. 앞장서서 모범을 보여야 할 공권력조차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이거든요.

<약자 배려 따위 없는 천안검찰청>

천안법원

아마 제 이야기를 알고 있는 이웃님들께서는 제목만 보고도 제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아실지도 모르겠네요. 어제 천안법원에 다녀왔습니다. 검사가 5년이라는 구형을 내리는 걸 보고 깊은 한숨을 쉬면서 나왔네요. 하고 싶은 말들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차마 못 하고 이렇게 블로그에 주절댑니다. 

제 동생은 2% 모자란 아이지요. 덕분에 초,중,고 시절 수없이 왕따, 괴롭힘, 구타, 돈 뺏김 등을 당하며 늘 공포에 시달리며 살았습니다. 사회에 나가선 동료들이 사기 치고, 이용해 먹어 돈을 벌기는커녕 매번 빚만 생겼지요. 지금은 캄보디아에서 온 제수씨와 두 돌을 앞둔 예쁜 딸과 함께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돈 벌게 해준다는 말만 믿고 다단계에 끌려가 며칠 만에 수백만 원을 까먹기도 했습니다. 이번엔 사회적으로도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보이스피싱에 연루되었네요. 역시나 돈을 빌려준다는 말만 믿고, 그들이 시키는 대로 했다가 중간 심부름꾼으로 걸려있는 상태입니다. 

약자 배려 없는 천안검찰청

1차 공판 및 구형이 끝나고나서야 가족들이 알게 되었습니다. 이 구형 이전까지 검찰에서 행한 행태는 정말 가관이었는데요. 아마 보호자나 가족이 없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억울하게 옥살이하는 이들이 굉장히 많을 것 같다는 걸 이번 동생 사건으로 알게 되었네요.

5분만 이야기해봐도 아이가 좀 모자란다는 걸 알 수 있는데, 검사 측 계장은 윽박지르고, 담배피면서 얼르고 달래고 해서 자기가 원하는 진술서를 만들었습니다. 아이가 정말 모르고 했다고 계속 이야기했더니 짜증 내고 화내고 그랬다더군요. 울 셋째는 누군가 큰소리를 내거나, 화를 내면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정상적인 판단, 말을 할 수 없는 아이입니다. 

하지만, 거짓 진술을 강요하거나, 무력을 쓴 건 아니니 아마 걸릴 건 없을 것입니다. 그저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진술서를 만들게 했을 뿐... 셋째는 길고 긴 그 시간을 견디지 못해 그냥 사인을 해버렸지요. 진술서에서 사실과 다른 건 딱 한 가지입니다. 보이스피싱인지 모르고 했는데, 알고 했다고 진술되어 있지요. (이게 말이나 됩니까?)

천안검찰청 쓰레기

사건의 팩트

대출을 위해서 거래내역이 필요하단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통장에 들어온 돈을 빼주는 행위를 두 번 했습니다. 교통비 명목으로 20만 원을 받았는데, 실제로 교통비 등으로 쓴 걸 제외하면 대략 10만 원 받은 셈이네요. 그리고, 대출해주지 않고 당연하게도 그들은 잠수했습니다. 

지금 보이스피싱 범인들은 잡지도 못했어요. 정작 돈을 들고 간 그들은 경찰과 검찰을 비웃으며 살고 있겠지요. 실적을 위해선지, 사회적 분위기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애꿎은 심부름꾼들만 엄청난 처벌을 받고 있습니다. 

왜 약자는 법 앞에서도 약자여야 하는가?

이미 구형이 5년이나 떨어진 상황에서 변호사 도움 없이는 무엇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차를 팔아서 비용을 대고 선임했네요. 최근 수년간 집에 많은 일들이 있으면서 집도 날리고, 대부분의 재산을 잃고, 남은 게 별로 없거든요. ;; 다시 일어서려고 열심히 살고 있답니다.!!!

서울대병원에서 10년 전 검사했던 기록들을 제출했고, 판사님은 충분히 인지했습니다. 또한, 제대로 증거도 준비하지 못하고, 아이 진술서만 가지고 구형을 한 것에 대해서 법정에서 질책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자료가 오래되었다는 이유로 우리는 정신감정을 요청하게 되었는데, 법원에서는 한 달 동안 구금상태로 검사한다고 하네요.

심신미약을 주장하는 게 아니고, 제대로 사리판단을 잘하지 못하기 때문에 선처를 바란다는 의미에서 신청한 게 엄청난 범죄자 취급을 하는 상황이 온 것입니다. 이번에 강서구 PC방 살인마도 해당 병원에서 약 한 달 동안 검사를 받았지요. 겨우겨우 공장에 취업해서 열심히 다닌 지 한 달도 되지 않았는데, 일을 그만둬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검사를 취하하게 되었네요. 그랬더니 판사님은 화를 내십니다. 해달라 해서 해줬더니 왜 안 하냐며! 마지막 선고 때 합의서를 들고 오라 하십니다. 

민사법정

정작 돈을 가져간 보이스피싱범들은 잡지도 못하고, 애꿎은 동생한테는 징역을 5년이나 구형합니다. 살인자의 인권도 보호해주는 나라에서, 어디 가서 큰소리 한 번 칠 줄 모르는 바보 같은 녀석한테 말이죠. 30년 살면서 온갖 사람들한테 괴롭힘당하고, 어렵게 살아온 녀석한테 검사는 5년이나 되는 구형을 합니다. 그 누구에게 싫은 소리 한 마디도 못하는 녀석입니다. 이게 말이 되는지 너무 화가 나서 미칠 것 같더군요.

한편, 돈만 있으면 정말 쉽게 해결할 수도 있는 일이기도 하네요. 범인들 대신 돈을 물어주고 합의서를 받으면 되니까요. 왜 하필 이럴 때 집 전체가 금전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되었는지 안타깝기만 합니다. 아이를 살릴 수만 있다면 억울함을 떠나 그 돈을 지불하면 되는 것을...

궁지에 몰리면 숨어버리는 셋째 녀석의 행동 특성 때문에 더 걱정입니다. 행여나 감옥에 가게 될까 전전긍긍하는 녀석을 보니 마음이 너무 아프네요. 약하디약한 녀석이 어쩌다 보이스피싱 범죄자들의 방패 노릇까지 해야 하는지 너무 안타깝습니다. 그리고 법이 야속하기만 합니다.

이번 구형 때문에 아버진 몸져누우셨고, 수년간 힘든 일이 이어져도 웃음꽃이 지지 않았던 우리 집인데... 지금은 무척이나 착잡한 분위기네요. 1인 시위라도 해야 하나? 내가 범죄자를 잡아서 대령이라도 해야 하나? 온갖 생각이 다 드는군요... 조금 모자라서 사리 분별을 못하는 이유 때문에 감옥에 가는 동생을 막아주지 못한다면, 평생의 아픔으로 가슴속에 남을 것만 같습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