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오는 날 함께한 공차 딸기 얼그레이 티라떼
선릉역 쪽에 약속이 있어 가게 되었네요. 후배와 잠시 만나기로 했는데, 늘 가던 스타벅스 말고 오랜만에 공차에 가자고 했더니 흔쾌히 OK 사인을 날립니다. 공차에 가고 싶었던 이유는 다름 아닌 시즌 딸기 음료를 맛보기 위해서였네요. 인기 많은 공차 딸기 얼그레이 티라떼.
<눈오는 날 함께한 공차 딸기 얼그레이 티라떼>
공차 딸기 시즌 음료는 네 가지입니다. 2017년도 베스트였던 딸기 얼그레이 티라떼, 그리고 이번 신메뉴 딸기 타로 밀크티, 딸기 쿠키 스무디, 딸기 쥬얼리 밀크티입니다. 이 중 딸기 쥬얼리 밀크티가 신메뉴 중엔 인기가 많은 것 같더군요.
하지만, 저와 후배가 주문한 건 2017년 베스트였던 딸기 얼그레이 티라떼!!!
음..... 한쪽에는 베스트메뉴가 따로 쓰여있네요. 망고스무디, 딸기크림스무디, 복숭아 티포가토 스무디, 망고말차밀크티, 복숭아우롱밀크티, 실크망고빙수, 실크녹차, 실크카라멜, 실크팥빙수. 이름도 어렵고, 먹어본 게 거의 없네요. 베스트메뉴가 써 있으니 초짜들은 고민할 필요가 없어 보입니다.
선릉역 공차는 그리 넓지 않고, 의자도 불편한 편이지만 날이 추우니 창가에 앉아 대화를 나눴네요.
때마침 눈이 내립니다. 정말 친한 후배인데, 이렇게 만났을 때 밖에 눈이 내리니 기분이 참 묘하네요. 살면서 두 번째 스타트업할 때 능력 있고, 언젠가 꼭 함께하자고 약속했던 친한 사람들이 다 모였더랬죠. 오랜 동료부터 친한 친구, 친동생 같았던 후배들, 그리고 친형처럼 터울없이 지냈던 형들까지.
이제 제대로 할 때가 되었다 하여 해외파까지 다 소집시켜 한국에 들어오게 했는데, 보기 좋게 실패했습니다. 15년 동안 회사생활하면서 가장 함께 일하고 싶었던 멤버들이었는데... ㅠㅜ 실패했지만, 팀웤이 워낙 좋았기에 우리 업계에서 가장 큰 회사에 팀이 통째로 들어가게 되었는데... 그때가 선릉역이었습니다.
월급에 굶주리던 우린 이곳에서 첫 월급을 받고 초밥집에서 초밥을 원 없이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게 바로 저 앞에 보이는 스시마이우네요. 그래도 참 행복했던 기억이 많은 시절인데, 너무나도 친했던 동료이자 친구가 말도 안 되는 극단의 선택을 하는 바람에 우리 모두는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받게 되었지요. 그래서... 살면서 가장 힘들고, 아쉽고, 어려웠던 때이기도 합니다.
당시 멤버였던 후배와 이곳 공차에 앉아서 저 앞의 초밥집을 보고 있으니 괜히 마음이 짠~해지네요.
그 와중에 공차의 딸기 얼그레이 티라떼는 유명세만큼 맛도 좋네요. 달달하면서 딸기 풍미가 얼그레이와 함께 어우러져 제법 괜찮은 맛이 납니다. 양이 모자랐습니다. 한 세 잔쯤 마셔야 괜찮을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눈은 점점 더 내리고, 옛 추억을 잠시 더듬다 보니 괜스레 마음이 무거워지고, 눈물까지 나려 해 미래 이야기로 화제를 전환했습니다. 내가 아는 누구보다 빠른 정보통이라 이런저런 좋은 이야기들을 많이 들었네요.
콩고물을 흘려주는데도 잘 받아먹지 못하는 난 바보가 아닌가~ 생각을 해보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급변하는 이 시대의 환경 속에서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고민이 많아지는 밤이네요. 그리고, 포스팅하면서 자연스럽게 입맛을 다시게 만든 공차 딸기 얼그레이 티라떼!!! 언제 다시 먹을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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