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봄에서 맛본 제주흑돼지, 맛의 풍미를 느끼다
제주 두달살이를 시작하면서 제일 처음으로 가본 맛집은 바로 흑돼지전문식당입니다. 현지에 살고 있는 지인이 데리고 간 식당인데요. 신제주에 터를 잡고 지내기에 저녁에 멀리까지 가기는 어렵고, 근처에 흑돼지 맛집 이외에는 딱히 없어서 가게 된 늘봄. 이미 유명세를 단단히 탄 지라 엄청나게 큰 규모인데도 손님이 감당 안될 정도로 장사가 잘되는 곳입니다. 버스도 10여 대가 주차되어 있는 걸 보니 관광객들을 단체로 데리고 가는 경우도 상당히 잦은 것 같습니다.
앞쪽 주차장은 가득 차 있어서 뒤쪽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뒷문으로 들어가다 보니 식당의 외형 사진을 찍지 못한 게 조금 아쉽긴 하네요. 눈에 보이는 자리 대부분이 차 있었는데, 테이블 위에 붙어 있는 번호표를 보니 더 색다른 느낌이 듭니다. 보통은 1,2,3..이런식으로 테이블 번호를 만드는데, 이곳은 숫자로만 커버가 안 되니 앞에 영문자까지 붙여놓았더군요. 지금까지 본 제주 식당 중 가장 크지 않나 싶습니다.
흑돼지 전문식당에 갔으니 당연하게 흑돼지를 주문했습니다. 가격표는 위와 같은데요. 1인분 180g에 17,000원입니다. 가격보고 일단 놀래봅니다. 생각보다 많이 비싸기도 해서 괜스레 함께한 지인에게 미안했네요. 두 명이니 2인분 주문했습니다.
상차림은 대단히 특별하지는 않았는데, 잘 못 먹고 지내던 터라 그저 반갑기만 합니다. 늘 먹던 채소샐러드에 드레싱이 올려져 있으니 이렇게 맛이 다르구나~ 라는 걸 새삼 느껴봅니다. 생양배추만 먹기 민망해 배라도 썰어서 함께 먹곤 했었거든요. ㅠㅜ 고춧가루를 첨가하지 않은 열무김치는 맛이 깔끔하고 좋았습니다.
연두부는 당연히 제 차지였고, 다시는 못 먹어볼 사람처럼 단호박감자샐러드도 혼자서 다 먹어버렸습니다. 걱정스런 표정으로 절 쳐다보던 지인의 얼굴이 새삼 떠오르네요.
고기가 나왔습니다. 엄청난 칼집이 무척이나 인상적입니다. 그러고 보니 TV에서 본 적이 있는 것도 같더군요. 오래전 흑돼지를 제주에서 먹어본 적이 있었는데, 별다른 기억에 남지 않아 그 뒤로는 굳이 찾지 않았습니다. 그때도 분명 맛집이었던 것 같은데... 늘봄의 흑돼지는 어쩐지 조금은 특별한 맛이 아닐까~ 기대를 해보게 됩니다. 칼집 비주얼이 눈에 확 들어왔으니 그럴 수 밖에 없기도 하겠죠. ^^
멸젓을 가운데에 올리고 고기를 굽습니다. 멸젓은 멸치젓을 의미하는데, 제주에서 고기 먹을 때 소스로 찍어 먹는 형태입니다. 전에 친구들과 홍대에서 한 번 먹어본 적이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멸치의 비린 맛을 싫어해서 두어번 찍어 먹고 말았던 기억이 납니다. 이번엔 어떨지 궁금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구워지는 고기를 보니 설레기도 합니다.
노릇노릇 구워지는 고기를 보니 침샘이 요동을 칩니다. 며칠 제대로 못먹은 탓에 더 그랬을 수도 있겠네요. 연기가 꽤 많이 나는 편이라 조심조심 구웠네요. 화력이 쎈 편이라 제 손도 무척이나 바빴습니다.
그렇다고 허겁지겁 먹을 만큼 배를 굶지는 않았습니다. 절차에 딱딱 맞춰서 쌈을 펴고, 고기를 멸젓에 찍어 올리고, 파절이, 양파 등등을 올려 조심스럽게 싸먹습니다. 물론 고기 본연의 맛을 보기 위해 그냥도 먹어봅니다. 분명 그리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지 않은 흑돼지였는데, 너무 맛이 좋아 깜짝 놀랬네요. 비싸서 실망했던 그 느낌은 온데간데없이 풍미깊은 맛에 놀라봅니다. 그냥 돼지고기와 큰 차이는 없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는데, 더 고소한 느낌이 강하고, 좀 더 깊은 맛이라는 느낌이 확 와 닿습니다.
밥이나 냉면을 따로 먹지 않을 생각이었기에 고기만 1인분 추가로 더 먹었습니다. 상차림에 올라온 것들 이것저것 먹고, 둘이 3인분 540g 먹으니 배부르더군요. 완전 포식한 느낌!!! 제대로 먹은 느낌!!! 행복한 식사 시간이었습니다.
단점이 있다면 식당이 너무 크다 보니 테이블마다 관리는 제대로 안 해주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미 예상했던 문제여서 크게 개의치는 않았네요. 특별히 불친절한 건 아니었으니까요. 맛은 상당히 괜찮았기 때문에... 그걸로 됐습니다. 하지만, 결국 나오면서 나눈 대화의 주제는 '이 식당 돈 엄청 벌겠다~'였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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