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김녕-월정 지질트레일 도보여행으로 체험하다
제주도는 세계적으로도 그 가치를 인정받은 곳입니다.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을 중심으로 제주 곳곳에 지질트레일이 조성되어 있는데, 제주 현지내음이 물씬 나는 풍경과 역사, 문화자원이 접목되어 있습니다. 다니다 보면 이야기가 얽혀 있는 다양한 자원들을 볼 수도 있는데, 무엇보다 좋은 건 아름다운 풍경을 여유 있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컨디션이 그다지 좋지 않은 날 월정리해변에서 힐링하고 차 마시고 철수하려는 계획이었는데, 막상 해변에 도착하여 바다를 보니 '컨디션 따위'가 되어버립니다. 기분이 좋아짐은 물론 몸도 무적이 되는 것만 같은 그 느낌. 여행지의 압도적인 풍경으로 내 몸이 녹아버리는 그 느낌은 경험해 본 사람들은 다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해서 갑자기 도보여행이 이어져 버린 이날. 사진 찍으며 천천히 걸어 3시간 정도의 코스였기에 큰 무리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김녕-월정 지질트레일은 경치가 정말 아름다운데, 저는 월정리에서 출발하여 김녕해변까지 걸었습니다.
내내 보이는 바다와 맑은 하늘. 평화로움과 따사로움. 내면에서 힐링이 되는 걸 크게 느낄 수 있는 그런 코스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강물은 끝끝내 바다를 만난다고 하지요. 하지만, 바다는 넘치지 않고... 결국 다시 비가 되어 강물로 합류하고... 굴러가는 바퀴처럼 무슨 일이 있어도 시간은 말없이 흘러가기만 합니다.
월정-김녕 지질트레일 코스는 길이 잘 닦여 있어 이동하는 데에 불편함이 없습니다. 이날 날씨가 좋아 맑은 하늘이 계속 내 머리 위에 있다 보니 몸도 마음도 자연스레 가벼웠고요.
오른편에 넓게 펼쳐진 바다는 김녕에 도착할 때까지 이어집니다. 중간중간 낚시하는 어르신들이 보이기도 하고, 때론 깊어 보이는 바다가... 때론 에메랄드빛 바다가.... 때론 너무 얕아 투명하기까지 한 바다가 번갈아가며 내 눈을 사로잡습니다.
이 구간에서 특히 인상적인 것 중 하나는 바로 풍력발전소인데, 멀리서 보면 그 나름의 운치가 있고, 가까이에서 보면 거대하면서도 압도적인 그 위용감이 참 멋있기도 합니다. 내 위치에 따라 조금씩 달라 보이는 이 풍경을 지속적으로 사진에 담아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 됩니다.
도보여행으로 이동하는 동안 김녕에서 월정으로 가는 분 한 분을 빼고 걷는 이를 보지는 못했네요. 간간히 지나가는 차량만이 적막함을 깨곤 합니다.
지질트레일 코스는 자전거로 여행을 많이 하는 편인데요. 걷는 동안 제일 많이 본 건 역시 자전거여행자분들이 아닌가 싶네요. 멋진 풍경 속에서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기분은 얼마나 상쾌할까요. ^^ 개인적으로 걷는 걸 정말 좋아하기에 부럽지는 않았지만, 언젠가 자전거 여행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길가에 쉬지 않고 계속 이어진 갈대밭은 늦가을 정취를 더욱더 살려주는 것 같습니다. 일부러 이런저런 생각을 하려고 애쓰지 않는 이상 자연스레 머리가 비어지는 기분이 듭니다.
바람이 이따금씩 세차게 불 때가 있는데, 투명카약을 아무렇지 않게 즐기는 분들을 보니 참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햇빛과 구름, 풍력발전소가 만들어내는 멋진 풍경이 내 눈을 사로잡습니다.
에메랄드빛 바다가 다시 나타납니다. 중간중간 일부로 멈춰 서서 이런 저런 생각을 끄집어내 보기도 했는데요. 도무지 내 마음속의 힘듦을 크게 끄집어낼 수는 없었습니다. 너무 기분이 좋아서일까요...? 딱 한 번 바다를 바라보면서 속절없이 흘러가는 세월에 대한 한탄을 한번 해보긴 했지만요.... ^^
너무 천천히 걸어서인지 해가 조금씩 떨어지고 있습니다. 김녕해변까지 둘러보고 철수할 생각이었기에 조금 힘을 내어 걸어봅니다. 김녕-월정 지질트레일 중간중간 따로 볼거리들이 있으니 도보여행이라면 하나씩 살펴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생략해도 크게 상관은 없고요. 해신당이나 투물러스 등 20여 가지가 넘는 볼거리들이 있습니다.
힐링이 되는 너무 멋진 도보여행이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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