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이색풍경 카페콜라, 톡톡 튀는 색감
짧은 일정의 제주도 여행은 작든 크든 약간의 압박감과 빠듯함이 여행의 행복과 힐링 속에 조금은 묻어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반면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제주생활에서의 여행은 좀 더 느긋할 수 있는 마음과 느림의 미학을 함께 즐길 수 있어, 같은 여행이라도 조금은 색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네요.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과 인위적인 건축물이 색감의 대비로 확연한 차이를 보이면서도 어우러지는 곳이 있어 찾아가 보았습니다.
곽지과물해변에서 산책과 사색을 즐기다가 날이 흐렸다 맑았다 하는 변덕스러움에 카페를 찾아가기로 했는데요. 꼭 가봐야겠다고 점찍어 놓은 곳이 근처에 있어 무작정 걷기 시작했습니다. 걸어가기에는 생각보다 멀었지만, 늘 그랬듯이 제주에서는 아무리 걸어도 지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주변 풍경을 즐기며 걷다 보면 시간이 지나는 것도 잊을 만큼 좋거든요.
카페에 다가오니 화려하진 않지만, 잔잔한 제주의 풍경이 좀 더 정겹게 펼쳐집니다.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석상들이 다른 장소에 비해선 눈에 많이 뗬는데요. 영등나라라는 곳에 사는 일종의 신과 같은 존재들에 이야기를 덧붙여 만들어 놓은 석상들입니다. 영등대왕, 영등할망, 영등하르방, 할망의 착한 며느리 등이 있습니다.
카페 바로 앞에는 영등할망의 딸 석상이 서 있고, 그 옆에는 잠시 쉴 수 있는 정자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날 날씨는 변덕을 부렸고, 바람도 세차게 불었지만, 정자 바로 앞에 텐트를 치고 쉬는 젊은 커플을 보니... 제주스럽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제주에 있는 동안 날씨 변덕을 제일 심하게 겪은 날이 이날이었는데, 춥지 않아서 그래도 다행이었습니다. 곽지해변에서 실컷 바다를 보고 왔기에 짧게 감상하고, 이제 카페에 들어갈 채비를 합니다.
이 붉은 카페는 코카콜라를 연상시키는 그런 카페인데요. 이름도 카페콜라입니다. 이렇게 도드라지게 선명한 붉은색을 사용한 건물은 제주도에 아마 이곳뿐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래서 이색카페로 유명한 곳이기도 합니다. 특색있는 카페인 지디카페 몽상드애월과 이곳 콜라카페에 제일 가보고 싶었는데, 이로써 두 군데 모두 가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크게 놀라버렸는데요. 애석하게도 이날이 휴무일이라는 것입니다. ㅠㅜ 꽤 많이 걸어왔고, 이 근처에는 이 카페 말고는 딱히 갈만한 곳이 없었기에 더더욱 좌절감이 밀려옵니다...
그래서 바로 자리를 뜨지 못하고 이래저래 기웃기웃하면서 구경을 해봅니다. 외롭지 않았던 건 한 여자분과, 한 무리의 여행객들이 동일한 상황을 맞이하고 있었거든요. 어쩌면 저 아래 텐트 치고 쉬고 있는 커플도 이 카페가 휴무일이라 그런 선택을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그냥 돌아갈 수는 없으니 구석구석 살펴봅니다. 문은 닫았지만, 테라스에 있는 테이블들은 그대로 있었는데요. 커피 한잔은 없지만, 잠시 앉아서 바다 풍경을 감상해봅니다. 붉은 색감의 카페와 푸른 제주도의 모습이 대비되면서도 묘하게 어우러지는 것 같습니다. 흐린 날씨 때문인지 톡톡 튀는 느낌이 들어 붉은 색상이 눈에 더 잘 들어왔는 지도 모르겠네요.
실내를 향해 카메라를 들이대 봅니다. 다양한 제품들과 코카콜라들이 수없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카페이기에 당연히 커피 메뉴들도 판매하는 곳입니다. 이곳 사장님이 엄청 친절하시다는 이야기까지 들어서 양해를 구하고 실컷 사진 좀 찍겠다는 생각까지 하고 찾았는데, 애석하게도 건물과 풍경만 즐기다 가게 되었네요.
거대한 콜라병 간판을 보니 브런치카페라고 되어 있네요. 피자, 햄버거, 케잌...그리고, 각종 마실 것들. 한편으론 특이한 먹거리는 없기도 하고, 이색적인 풍경만 보고 가니... 알짜배기만 얻고 가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처음에 잠깐 놀라고 실망하긴 했지만, 역시 생활 속 여행인지라 이 상황 자체도 즐길 수 있었네요.
건물 바로 옆에는 전기자동차충전소가 있었는데, 이곳도 코카콜라 색감으로 도배가 되어 있네요. 원래 에스원이 붉은색 계통을 쓰던가요? 철조망이 붉은색인 건 처음 보는 것 같은데....
색감 때문에, 그리고 소재 때문에 더더욱 튀는 느낌을 주는 멋진 카페인 것 같습니다. 차를 마셨다면 좀 더 오랜 시간 머물렀을 텐데, 그러지 못해 조금은 아쉬웠네요. 이 다음엔 친절한 사장님을 꼭 한번 뵙고 싶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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