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날씨에도 아름답고 운치있는 제주 함덕해변

Posted by peterjun
2016. 11. 24. 09:39 여행 이야기/제주도 이야기

이번 제주생활하면서 맑은 날에 함덕서우봉해변을 가보지 못해 못내 아쉬움이 남곤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협재해변을 참 좋아하는데, 제주를 많이 아는 분일수록, 그리고 제주 현지에 사는 분들은 함덕해변을 최고로 꼽는 것 같습니다. 제주에 살고 있는 제 지인도 그렇게 이야기 하더군요. 그래도 다행인건 흐린 날씨에도 아름다우면서 운치 넘치는 모습을 보고 왔다는 것이네요. ^^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주말이었습니다. 시간적 여유가 있는 저는 평일엔 주로 혼자 다녔고, 주말에는 제주에 사는 지인 부부와 함께 다니곤 했네요. 특별한 목적지를 두고 출발한 건 아니지만, 어쩐지 함덕해변을 가고 싶다는 지인의 말에 일단 그쪽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함덕해변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 중 하나이기 때문에 모든 시설이 잘 되어 있습니다. 특히 산책코스들이 엄청 발달해 있는데요. 길게 늘어선 길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근심걱정을 잠시나마 다 내려놓을 수 있습니다. 입구에서부터 방문객들을 맞이하는 동상들은 제주의 전통적인 삶을 엿볼 수 있게 해줍니다. 

좋게 보면 비는 '시를 만들고', '감성을 불러 일으키며', '운치있는 환경'을 만들어줍니다. 그런 이유로 부슬부슬 적당히 내리는 비는 많은 연인들을 이곳으로 불러들인 것 같았습니다. 곳곳에 우산 하나로 산책하는 커플이 유난히 눈에 많이 띄는 날이었네요.

서퍼분들이 비오는 날씨에도 서핑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날씨 때문에 물놀이를 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 그래도 꽤 많은 이들이 이곳을 찾았더군요. 아직 해변가의 물이 조금은 탁한 편이었는데, 여름의 통증이 가시지 않아서입니다. 

함덕해변의 구조 상 해변쪽 물이 탁해지면 맑아지는 데 시간이 조금 걸리는 편입니다. 인기가 많은 곳이다 보니 여름 성수기 때 엄청난 사람들이 찾으면서 물이 탁해지는데, 가을지 지나고 겨울이 되면 완전히 맑고 투명한 모습으로 돌아옵니다. 그래서, 제 지인의 경우 겨울에 함덕해변을 찾는 걸 좋아한다고 하더군요.

바다를 둘러보고, 근처의 맛집으로 소문난 버드나무집에 가서 해물칼국수를 먹고 다시 산책을 나왔습니다. 잠깐 보고 가기엔 이곳은 너무나도 아름답고, 운치있고.... 그걸 즐길 수 있는 산책코스들이 있기 때문이죠.

>> 함덕해변의 버드나무집, 칼칼한 맛 해물칼국수

Cafe Delmoondo 는 제주에서 가장 유명한 카페 중 하나가 아닌가 싶습니다. 가장 유명한 해변의 바다와 가장 인접한 곳에 위치해 있으니... 이곳에 와서 들르지 않고, 그냥 가기 섭섭할 정도로 유혹의 손짓에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지요. 저는 이곳의 또다른 유명한 리미니(Rimini)카페에 다녀왔기에 이곳은 생략했네요.

카페 뒤로 쭉 이어진 산책길을 걸어봅니다. 비는 그쳤지만, 날씨는 여전히 흐리네요. 그래도 조금씩 바다에 가까이 갈수록 에메랄드빛 바다가 눈에 들어옵니다. 우리가 늘 기대하던 그런 제주 바다의 모습들 말이죠.

함께 한 지인들이 있었지만, 이 시간만큼은 혼자서 산책을 했습니다. 딱히 고되고 힘든 생각들이 떠오르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즐겁고 행복한 기분이 드는 건 아니었지만 마음이 잔잔해짐을 느껴봅니다. 방을 계약하고, 시내에 살면서 여유롭게 제주 구석구석을 돌아다니고 있는만큼, 어느 정도 마음의 짐들을 내려놓은 상태라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네요. 

눈에 들어오는 모든 풍경들이 머릿속에 하나씩 자리를 잡아버립니다. 이 기억이 언제까지나 선명했으면 좋겠네요. 그냥 커플이 아닌 결혼을 준비하기 위해 웨딩촬영을 하는 분들도 곳곳에 보였습니다. 아름다운 커플들에게 축복을...

우리는 풍경을 바라볼 때 주로 앞을 보는 편입니다. 하지만, 가끔은 뒤를 돌아보면 더 멋진 풍경들이 펼쳐져 있곤 하죠. 마치 인생과도 같은 것 같습니다. 앞만 보고 달리다 보면 많은 걸 놓칠 수 있는 것 같아요. 가끔씩 쉬어도 가고, 뒤를 돌아보기도 하면 좀 더 풍성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해봅니다. 

인기만큼이나 부대시설들이 잘 갖추어진 함덕해변은 부산의 해운대나 동해 경포대 만큼 화려하고 시끌벅적하지는 않지만, 그 못지 않게 잘 차려져 있습니다. 비가 와도... 흐려도... 바다는 늘 그자리에 있고, 그곳을 찾는 우리에겐 늘 힐링이라는 선물을 주는 것 같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