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 최고령 카페 미네르바, 색깔있는 커피숍

Posted by peterjun
2018. 1. 9. 23:35 일상이야기/맛집과 먹거리이야기

1975년부터 신촌의 한 귀퉁이에 자리 잡아 지금까지 이어온 카페 미네르바. 신촌에서 가장 오래된 최고령 커피숍입니다. 현대의 색깔로 온통 물들어버린 이 근방의 분위기 속에서 여전히 자기만의 색깔을 지켜나가고 있는 꽤 분위기 있는 곳입니다. 

<신촌 최고령 카페 미네르바, 색깔있는 커피숍>

신촌 미네르바

유동인구가 많은 길 쪽에 있으나 입구는 골목으로 나 있습니다. 좁은 입구를 통해 계단을 올라가면 2층에 미네르바 카페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신촌에서 가장 오래된 원두커피 전문점 미네르바, 조금은 촌스럽지만 사랑과 낭만이 넘쳐 흐르는 곳'이라고 설명되어 있네요. 

미네르바 카페 입구

오래된 느낌이 물씬 나는 입구 문을 열고 들어가 봅니다. 

카페 내부

그리 넓지 않은 공간에 그래도 꽤 많은 테이블이 세팅되어 있습니다. 한참을 이곳에 있었는데, 한적한 분위기였다가, 텅 비었다가, 또 어느새 꽉 차곤 하더군요. 이렇게 오래된 곳은 어쩐지 더 오래갔으면 하는 바람이 생기곤 합니다.

카페 안의 바

예전에는 술도 팔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커피전문점으로 탈바꿈하고 잘도 버텨온 곳입니다. 이 건물 바로 옆에는 스타벅스가 있지요. 아마 메인 스트리트 쪽이라 월세도 만만치는 않을 것입니다. 버텨올 수 있었던 건 그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요.

등

뭔가 세련된 풍경은 확실히 아니지만, 미네르바 카페는 색깔 있는 커피숍입니다. 전체적인 느낌이 그랬어요. 우선 최신 유행곡이 흘러나오지 않고 클래식 음악이 깔려 있는 것이 너무 맘에 들었습니다. 

미네르바 카페 메뉴

영화도 밥도 친구가 샀기에 이왕 온 거 커피를 제대로 음미할 수 있는 핸드드립으로 마시자 했는데 끝끝내 거절합니다. 그저 비싸다는 이유로 말이죠. 그래서 주문한 따뜻한 아메리카노카푸치노. 5,000원, 5,500원입니다. 

커피 메뉴

이곳은 싸이폰 커피를 고집하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지금은 다 내려서 가져다 주시지만, 이전에는 직접 테이블에서 커피를 내려주셨습니다. 진공 커피포트라고도 하며, 수증기를 이용해 원두를 적시고, 커피를 내리는 방식입니다. 

카푸치노, 아메리카노

카푸치노에는 예쁘게 하트를 그려주셨고, 아메리카노는 심플하게 나왔습니다. 대단히 세련미가 넘치는 건 아니지만, 나쁘지 않았습니다. 지극히 현실적인 친구는 하트를 역방향으로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라며 센스 부족을 지적하더군요. ㅋ

미네르바 아메리카노

미네르바 카푸치노

커피맛은 꽤 괜찮았습니다. 어떤 커피를 쓰는지 일일이 확인하지도 않았는데, 그 이유는 친구와의 대화에 너무 집중해서 다른 것들에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네요. 미네르바 카페 전체가 조금 울림 현상이 있었는데, 그로 인해 사람들의 대화 소리가 조금 크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부담스러울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귀가 예민해서 카페에 가면 앞/뒤/옆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리는 게 때론 너무 피곤한데, 그런 게 없어 좋았습니다. 

그래서, 좀 더 클래식 음악이 귀에 들어왔던 것 같네요. 

바깥 풍경

창가에 앉아 현대판 신촌을 구경하며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었네요. 건너편 정면에 보이는 오락시설들이 눈에 계속 밟혔는데, 마침 현란한 발재간으로 펌프를 하는 학생들 때문에 잠깐동안 그것만 구경했네요. 

신촌 카페

스스로 촌스럽다고 표현하는 미네르바이지만, 제가 볼 땐 촌스러움이 아니라 무던히도 지켜온 이 카페만의 색깔인 것 같습니다. 2015년 서울 미래유산으로 선정된 건 바로 그 이유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신촌 한복판에서 이렇게 느낌 있는 커피숍에 들러 차 한 잔 하는 것도 좋은 것 같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