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블로 와인과 함께 조촐한 가족파티
매년 크리스마스에 한 해를 마무리하는 조촐한 가족파티를 해왔습니다. 올해는 가족들 모두가 새 출발을 코앞에 두고 있어서 시간적 여유가 거의 없었는데요. 늘 이 파티를 주도해 오던 막내가 올해도 어김없이 바쁜 시간을 쪼개어 준비했네요. 밤 11시가 넘어 들어오니 그 시간에 맞춰 세팅하고 있었습니다. 멀리 살고 있는 셋째네가 함께하지 못해 한편으론 무척 아쉬웠던 가족파티였습니다.
이번 파티에는 Casillero del Diablo 와인과 함께했습니다. 특별히 와인 애호가가 있는 건 아니지만, 술을 잘 못 먹는 가족들이기에 다른 술보다는 와인이 늘 함께합니다. 2015년 칠레산입니다.
디아블로는 악마를 상징하는 단어이기도 한데, Casillero del Diablo는 스페인어로 악마의 셀라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막내는 스파클링을 좋아하는데, 이번에는 의외로 무난한 레드와인으로 선택을 했네요.
별다른 기술은 아니지만, 코르크 마개를 저 외에는 잘 따지 못하기에 집에 들어오자마자 와인 개봉부터 했습니다.
상차림 메뉴는 단촐했습니다. 하지만, 막둥이 혼자 준비하기엔 빠듯했을 것 같네요. 곧 오픈하는 식당에서 시식을 하고 온 터라 다들 배도 많이 불렀습니다.
토마토, 크림 스파게티, 스테이크, 치킨봉, 콘샐러드. 조촐한 가족파티에 빠지지 않는 메뉴들로만 구성되어 있습니다. 최근 들어 다들 너무 바빠 앞만 보고 달리느라 집안이 엄청 조용했었는데, 오랜만에 가족들이 모여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니 기분이 너무 좋습니다.
너무 달지도 않고, 강하지도 않은 디아블로 와인은 향도 꽤 괜찮은 편이더군요. 목넘김이 꽤나 좋아 세 잔이나 마셨네요. 개인적으로 배가 너무 불러 음식은 거의 먹지 못했습니다. 생선을 먹지 못해 시식을 하지 못한 넷째 녀석이 하루 종일 쫄쫄 굶고 있다가 이때 열심히 먹습니다. ^^
자리를 비운 셋째 부부 이야기와 이번에 태어난 우리들의 첫 조카를 주제로 이야기꽃을 피워봅니다. 당연히 가족들이 시작하게 될 새로운 사업 두 가지에 대한 희망찬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고요. 2017년 5월에 군대에 가게 될 넷째 녀석 놀리는 재미도 쏠쏠했네요. 무엇보다 먼저 방에 들어가신 아버지 이야기하느라 시간 가는 줄을 몰랐는데요. 아버지 성대묘사하다가 한참을 웃기도 했습니다. 아버질 놀린다고 한마디 하시지만, 얼굴엔 웃음이 한가득하시니 자식들로선 그리 기분이 좋을 수가 없더군요.
한 해를 조용하게 생각할 시간도 가지며 잘 마무리해야 하는데, 올해는 그러긴 힘들 것 같습니다. 때로는 열심히 사느라 어떤 시간들에 무심하게 지날 때도 있는 것 같네요. 한동안은 몸이 열심이어야 하니 그런대로 또 살아가야겠지요. 막내까지 성인이 되었다는 사실이 새삼스러운 그런 느낌이 드는 파티였네요.
이야기꽃을 만개시켜줄 최종 아이템인 베스킨라빈스 도깨비케이크입니다. 사실 이 아이스크림케잌을 실컷 먹을 때까지만 해도 이게 요즘 엄청 인기 있는 드라마 도깨비에 나온 거라곤 생각도 못 했습니다. 나중에 누군가 알려줘서 알았네요. ^^
조촐하지만, 따뜻하고 의미 있는 가족파티. 종종 하는 것이지만, 올해는 어쩐지 더 의미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함께하지 못한 셋째 때문에 마음이 짠하기도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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