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족 이야기] 아기가 태어났어요.
참 오랜만에 쓰는 다문화가족 이야기입니다. 동생 내외가 독립하여 어머니가 계신 충청도로 내려간 이후 재미있는 이슈들이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좋지 않은 이슈들이 많았고, 제수씨가 임신하여 배가 부르니 뭔가 하기 힘들어 이야깃거리가 없기도 해서입니다. 8명이 함께 살면서 북적대던 집은 이제 6명으로 줄어 조금은 한산해진 느낌입니다.
지난 12월 저희 가족에게는 새 식구가 생겼습니다. 제 동생과 캄보디아에서 온 제수씨 사이에서 태어난 예쁜 여자아이지요. 무리 없이 순산해서 참 다행입니다. 소식을 듣고, 가족들은 한걸음에 천안까지 달려갔네요.
갓 태어난 녀석의 모습입니다. 갓난아기를 보면 늘 마음이 설레입니다. 그게 바로 생명의 신비이기도 하겠지요. 어린 동생들의 갓난아기 때의 모습이 선명하지는 않지만, 나름 머릿속에 남아 있는데... 이제 그다음 세대의 아기를 이렇게 보니 어쩐지 마음이 복잡해지기도 합니다. 자꾸만 들리는 큰아버지라는 호칭은 여전히 거부감이 강하게 드네요.
동생 부부가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 라는 걱정도 많이 들고요.
그리고, 두 달이 흘렀습니다. 그사이 참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가족이 한 명 더 생긴다는 일은 역시 보통 일이 아니네요. 잘 살아가는 평범한 가정이었다면 훨씬 덜했겠지만, 다문화가족의 특성상 에피소드들이 많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외향적이지 않아 한국말을 어느 정도 하는 제수씨지만, 고집도 센 편이고, 혼자서 바깥출입을 잘 하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그런 이유로 아이를 데리고 병원을 간다거나 하는 일이 있어도 혼자서는 절대 가지 않지요. 이슈가 있을 때마다 가족들이 서울에서 천안까지 일을 봐주기 위해 가곤 합니다. 물론 어머니께서 일을 봐주기도 하시지만, 이런저런 이슈들이 터질 때마다 정신이 없네요. ^^
산모의 건강에 문제가 생겨 병원도 들락날락 거렸었고, 애기 아빠가 일을 해야 해서 부산까지 가야 하는 바람에 태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아기는 아빠랑 생이별을 해야 하기도 했습니다. 분명 아무 이상 없었는데, 최근 제수씨가 결핵에 노출이 되어서 또 한 번 집을 발칵 뒤집어 놓기도 했네요. 덕분에 조카는 두 달 만에 모유를 끊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기는 무럭무럭 건강하게 잘 자라주었고, 예쁘게 커가고 있습니다. 두 달 된 아기의 모습이 참 예쁩니다. 갓 태어났을 때의 쭈글쭈글한 모습이 없어지고, 아기다운 탱글탱글한 모습과 똘망똘망한 눈망울로 가족들의 시선을 늘 사로잡고 있네요. 행여나 작은 사운드라도 요 작은 입에서 나올라치면 벌써부터 옹알이를 하네 마네~ 이러면서 가족들이 부산을 떱니다. ㅋ
요즘 영상통화를 매일 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아기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할아버지가 손녀를 너무 예뻐하고, 21살밖에 되지 않은 고모도 극성이어서 영상통화로나마 아기를 매일 보고 있는 것이지요. 사실 갈등이 많았고, 여전히 존재하지만, 이렇게 새 생명이 태어나면서 그런 좋지 않은 기운들이 꽤 물러난 것 같습니다. 앞으로 더 예쁜 짓 많이 했으면 좋겠네요.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주었으면 좋겠고, 커가면서 어려움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차별의 시선 때문에 힘든 일만큼은 없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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