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족] 아기 100일, 티격태격 고부갈등

Posted by peterjun
2017. 3. 21. 09:46 일상이야기/다문화 가족 이야기

아기가 태어난 지 어느새 100일이 되었습니다. 아기의 100일이 때마침 넷째 동생의 생일과, 어머니 생신이 겹치는 바람에 한 번에 퉁치자는 식으로 가족들이 모이게 되었습니다. 물론 아기 외엔 결국 조연일 뿐이지만요. ^^ 

늘 많은 식구들이 한집에 사는 대가족 문화가 우리 집에는 남아 있었지만, 작년부터 탈피하기 시작했습니다. 가족은 계속 늘어나고 있고, 서울에서 집의 크기를 계속 늘려나간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새롭게 편입되는 가족 구성원이 늘어나면서 약간의 갈등이 생기는 문제들이 있기도 했고요.

어쨌건 그렇게 독립한 셋째는 어머니와 함께 천안 쪽에 살고 있어, 조카가 태어났지만 거의 보지를 못해 매번 아쉬운 마음이었네요. 할아버지인 아버지와 고모인 막내 여동생은 수시로 내려가서 보곤 했는데, 전 정말 오랜만에 만난 녀석입니다. 아이를 여럿 키워봤지만, 새삼 갓난아기의 빠른 성장에 감탄을 하게 되네요. ^^ 지난번 포스팅에 아이가 차별받지 않고 잘 컸으면 좋겠다는 글을 썼었는데,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기도 했습니다. 

딱히 친척이 없는 집안이기에, 우리 가족들과 아기의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까지만 초대해서 식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아기 덕분에 얼마 전에 캄보디아에 계신 외조부모님을 초대할 수 있었지요. 그분들에게도 첫 손녀이기에 아기를 바라보는 눈이 그저 행복하기만 합니다. 

어느 집이든 고부갈등이 어느 정도는 있을 텐데, 다문화가정에서는 좀 더 심하게 있는 것 같습니다. TV 프로그램에서 별도로 다룰 정도니 그 정도는 상당하다고 볼 수 있겠네요. 아무래도 문화적 차이가 크기 때문에 많은 에피소드들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예뻐 죽겠다던 작은 며느리. 하지만,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갈등이 생기고, 그 갈등들이 모여 이런저런 일들이 참 많기도 했습니다. 아기의 100일 맞이 식사자리에서도 시어머니와 며느리 간의 티격태격이 이어졌는데요. 캄보디아여성 중심의 문화가 여전하기에 가족 내 발언권에 있어 여성의 힘이 상당합니다. 그래서인지 우리 작은 제수씨. 좀처럼 시어머니한테 지지 않더군요. 

폭풍같이 이어지는 시어머니의 잔소리에 며느리는 한 마디로 대응합니다. "저 어머니랑 이제 말 안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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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해 보이시나요? ^^ 이제 한국말을 꽤나 잘하는 편이지만, 아직은 약간 어눌한 느낌의 어감이 남아 있어 이 말에도 우리 가족들은 다 웃었네요. 정작 시어머니와 며느리만 기 싸움을 하고 있고요. 그렇다고 심각한 분위기는 절대 아니었습니다. 우리 모두 캄보디아에서 온 며느리를 조금은 더 응원하고 있거든요. 

그렇게 잔소리를 폭풍처럼 날리는 시어머니지만, 며느리 밥 먹으라고 아기는 내내 당신이 안고 있습니다. 매번 전화로 들은 이야기만 놓고 보면 곧 파탄 날 것 같은 위태위태한 가정인데, 막상 옆에서 보고 있으면 그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나쁘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아마 문화적 차이가 커서 생긴 갈등들이 많은 만큼, 그 문화적 차이로 인한 서로의 대응 방식이 완전히 달라 매번 서로 툴툴거리면서 싸우지만 큰일은 생기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 식사한 토다이!!>

예의를 강조하는 우리 집에서 캄보디아의 문화적인 차이로 인한 '버릇없음'은 한동안 이슈였습니다. 하나씩 가르쳐주면 되지만, 성격 급한 가족들은 그걸 못 참고 씩씩대기도 했지요. 지금은 다들 익숙해졌고요. 

요 근래 갈등이 좀 심해졌나 싶어 걱정되어, 어머니한테 제발 악독한 시어머니 노릇 좀 하지 말라며, 당부까지 하곤 했었는데... 막상 만나보니 티격태격이지만, 그 안에 정이 느껴져 다행이라 생각이 들었네요. 이젠 제법 한국 음식을 잘하는 며느리라며 칭찬까지 하시는 걸 보니... ^^

한 나라 대 나라로 만나게 되는 문화적 차이는 갈등 없이 극복하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건 서로에 대한 마음이 아닐까 싶네요. 비록 다른 나라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이렇게 결혼하게 된 제 동생과 제수씨가 서로 정말 사랑하고 있기에 그런 부분에 대해선 큰 걱정이 되지 않아 다행입니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둘이 서로 챙겨주는 모습을 보니 흐뭇하기도 하고요. 제 동생 부부의 행복과 아기의 건강한 성장을 다시 한번 응원해 봅니다. ^^

캄보디아에서 온 사돈분들과 100일 맞이 아기의 경복궁 외출 사진을 동생이 다 날려먹은 바람에 너무 슬프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