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한달살기를 통해 얻게 된 가치있는 것들
두 달 일정으로 방을 계약하고 떠난 제주행. 급하게 해야 할 일들이 생겨 미처 그 일정을 다 채우지 못하고 한달 일주일 만에 서울로 복귀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제주 한달살기 정도로 마무리하게 되었는데, 짧으면서도 길고, 길면서도 짧은 그 기간 동안 얻게 된 가치있는 것들이 참 많았습니다. 언제가 되더라도 시간적 여유가 된다면 한 번쯤 해볼 만한 멋진 행위라는 걸 직접 겪어보니 알겠더군요.
1. 살아온 삶을 정리하다
확실히 생각이나 계획보다 중요한 것은 '실천 행위'인 것 같습니다. 이것저것 재다 보면 일탈을 한다는 건 참으로 어려운 일이지요. 제주로 떠날 때 모든 것에 대해 눈감고 귀막고 시간의 여유만 짜내어 무작정 떠났습니다. 아마 이런저런 이유를 생각했다면 어쩌면 가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덕분에 많은 걸 얻게 되었고, 살아오면서 가장 멋진 여행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네요.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 제주에서 홀로 여행하면서 지내다 보니 처음으로 지나온 삶에 대해 제대로 된 정리가 가능했습니다. 보잘것없는 삶이지만, 열정을 바쳤던 시간들이었고, 나름 최선을 다해 살아온 시간들이었습니다. 힘든 일도 무척 많았고, 놓치고 지난 것들, 그리고 잃어버린 것들. 하나하나 차분하게 정리할 수 있어 이 시기를 인생의 터닝포인트로 삼을 수 있을 만큼 소중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2. 마음 정리
지나온 삶을 돌아볼 수 있었고, 정리할 수 있었기에 당연히 복잡했던 마음도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습니다. 내가 놓을 수 없는 것들과 내가 놔줄 수 있는 것들이 구분되기 시작했고, 가질 수 없는 것들에 대한 미련을 과감하게 버릴 수 있게 되었네요.
인간이라면 당연히 많은 욕심을 가지고 있을 텐데요. 내 안의 수많은 욕심들 중 내가 이룰 수 없는 욕심들, 쓸데없이 과한 망상과도 같은 생각들을 정리할 수 있어, '비움'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마음에 적당한 공간이 생기면 다시 활기차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이 생기기 마련이지요. ^^
3. 건강 관리에 대한 실천과 확신
몸도 마음도 많이 지친 상태로 떠난 제주행이었습니다. 이런저런 정리가 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크게 얻은 것은 바로 건강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내가 의지력만 있다면 어느 정도 선까지 관리할 수 있는지 엿볼 수 있는 기회였고, 그리고 성과는 꽤 괜찮았습니다. 맛있는 것이 참 많은 제주에서 맛집을 많이 다니지 못하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나 스스로를 위해 건강을 제대로 챙겨볼 수 있는 멋진 체험의 시간이었습니다.
탄수화물 섭취를 줄였고, 과식/폭식을 하지 않았으며, 천천히 먹었습니다. 가끔 그게 너무 힘들 땐 외식도 하고, 맛난 것도 사 먹었지만 절대 과하게 먹은 적이 없네요. 삶에 시달려 나를 관리할 수 없다고 자책하기만 했었는데, 이렇게 관리해보니 좋기도 했고, 의지력만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다는 믿음이 함께 생겼습니다. 덕분에 제주 한달살기 동안 딱히 다이어트를 한 것도 아닌데 체중이 5kg이나 줄었네요.
4. 힐링
몸이 좀 더 편하고 개운해짐과 동시에 마음이 정리되니 '힐링'은 절로 따라오는 것 같았습니다. 특히 제주의 멋진 풍경들과 상큼한 공기가 '나'라는 사람 자체를 깨끗하게 씻어주는 역할을 했는데요. 길을 걷다가도, 바다를 보다가도, 산을 오르다가도 어느 순간 '크게 힐링이 되는' 느낌을 받곤 했습니다. 그런 것들이 쌓여 시간이 흐를수록 편안한 상태가 되기도 했고요.
왜 사람들이 제주 한달살이를 하려고 하고, 마치 유행처럼 많은 분들이 하는지 직접 겪어보니 알겠더군요. 돈과 시간의 여유가 많아서 갈 수 있었던 게 아니었던 만큼, 주변에 물어보는 이가 있으면 적극 권장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5. 진짜 내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제주에 친한 지인들이 있었지만, 주로 혼자 움직였습니다. 어차피 그들은 제주에서 일을 하는 이들이었기에 가벼운 저녁식사나 주말여행 정도만 함께 할 수 있기도 했고요. 혼자 사람이 많지 않은 곳을 많이도 다녔네요. 때론 유명 관광지도 갔었지만, 성수기가 아니었기에 부담스러울 정도로 사람이 많았던 적은 별로 없었습니다.
혼자 사람이 없는 곳에서 걷고 또 걷고... 조용한 곳에 앉아 사색을 하고... 차를 마시고, 하늘과 땅과 바다를 보고....
그렇게 여행을 하다 보니 내 안에 있던 진짜 나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절로 생겼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만들어진 가식적인 내 모습을 마치 진짜처럼 착각하고 살아왔음을 새삼 깨닫게 되었네요. 짝퉁이 아닌 진퉁의 자아를 만나게 되면서 그동안 겹겹이 덮여 있던 가식을 걷어낼 수도 있었습니다. 덕분에 이유 없이 눈물이 흐를 때도 꽤 있었네요... ^^
6. 진짜 여행을 하다
가보지 않았던 곳을 여행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유명한 곳들 위주로 갈 수밖에 없게 됩니다. 한 달 일주일이라는 시간은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될 만큼 충분한 시간이었기에, 기본 동선에서 벗어나 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계획 없이 정처 없는 여행길에 오르는 것도 가능했지요. 덕분에 진짜 여행이 어떤 것인지 경험을 해보게 되었네요.
이전 연도에 올레길 도보여행을 하기도 했지만, 그것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의 여행이었습니다. 어릴 적 동생과 둘이 정보도 제대로 가지지 않고 무턱대고 돌아다녔던 유럽여행 이후로 처음 느끼는 그런 감정들을 만날 수 있었네요. 일반 여행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진짜 여행을 하게 되어 참 기쁜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다음 단계의 더 진짜 여행들이 있음을 느낄 수도 있었는데요... 많은 여행 후기 포스팅들을 보면서 미리 간접체험을 해보고 있는 요즘입니다. ^^
7. 내게 소중한 것들을 알다
혼자만의 소중한 시간들을 가지게 되면서 많은 것들을 얻게 되었는데요. 그 끝에는 내게 소중한 무언가들이 정리되는 시간이 자연적으로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소중한 사람들, 그리고 소중한 가치관들, 소중한 물건들... 이래서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라 하나 봅니다. 마지막에는 나의 소중한 사람들을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 절로 생겼거든요.
가족들, 친구들, 지인들... 바쁜 일상에 쫓겨 진지하게 돌아볼 여유가 없었는데, 시간이 생기고, 마음의 여유가 생기니 제일 생각이 많이 나는 건 역시 '사람'이었습니다. 불필요하게 미운 마음을 가졌던 시간들이 새삼 후회되고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내 소중한 사람들에 대한 내 마음도 정리할 수 있어 정말 좋은 제주 한달살이였습니다.
고작 한 달의 기간으로 이렇게 많은 것을 얻는다는 게 가능한가? 라고 질문을 던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실제로 전 그랬네요. 그래서 짧지만 길고, 길지만 짧다고 표현한 것이고요. 살아가면서 한번이 아닌 몇 번 정도는 이런 시간을 가지는 것이 좋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제 또 언제 다시 나에게 이렇게 좋은 시간들이 주어질지 모르지만, 지금 꽤나 힘든 이 순간에도 버틸 수 있는 건 제주에서 얻은 힘 덕분이 아닌가 싶네요. '그래도 웃을 수 있는 삶'을 그런대로 살아가고 있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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