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파도 해루질 2박3일, 왕소라의 추억
서해의 작은 섬 입파도 해루질을 2박3일 코스로 다녀왔습니다. 꽤 많은 인원이 함께 가는 일정이어서 물때가 좋은 날로 선정해서 갔는데, 날씨까지 좋아 좋은 추억 많이 만들고 왔네요. 왕소라도 많이 잡았고, 맛있는 먹거리의 향연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네요.
<입파도 해루질 2박3일, 왕소라의 추억>
전곡항에서 출발해서 40 ~ 50분 정도 배를 타고 들어가면 나오는 입파도. 가볍게 휴양하러 가는 곳은 아닙니다. 이곳을 찾는 분들은 거의 100% 해루질을 합니다. 물 빠진 바다 갯벌에서 어패류를 채취하는 전통 어로 방식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하자면 썰물로 인해 물이 빠질 때 바다로 나가서 손/발과 도구를 사용해서 이것저것 잡는 것이지요. 주로 왕소라를 잡게 됩니다.
입파도 환경과 해루질 준비물
사람이 살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민박을 위한 몇 집 정도가 전부에요. 전기를 자가발전으로 돌리기 때문에 종종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물도 별도의 시스템이 있지 않아 빗물 등을 활용합니다. 그래서 따뜻한 물은 커녕 물이 없어서 곤란할 수도 있다는 점이 힘들게 다가올 수도 있더군요. 먹을 물은 반드시 챙겨가야 합니다.
바닷물이 빠질 때 모두가 동시에 나갔다가 물이 들어오기 전에 철수해야 하므로, 이곳 입파도 섬을 찾은 모든 이들이 같은 시간대에 움직이게 됩니다. 그런 이유로 늦게 들어오면 물 사용이 쉽지 않아 그게 제일 힘들었던 것 같네요. 실제로 이틀째에 저는 물 세 바가지로 샤워를 마쳤습니다. ^^
우리는 3 ~ 4명을 한 조로 잡아서 조 단위로 움직였습니다. 복귀해야 할 시간에 알람을 맞춘 뒤 가슴장화 안쪽 주머니에 넣고(방수팩 활용) 시간 지났는지도 모르고 해루질에 빠져 있다가 사고가 생길 수 있는 걸 방지했습니다. 기본적으로 가슴장화, 해드랜턴(퀄이 좀 좋아야 해요. 밝을수록 좋은~), 긴 고무장갑, 목장갑, 뜰채, 담을 통을 준비해야 합니다.
첫째날 해루질
우리는 낮시간은 패스했습니다. 1일차 밤, 2일차 밤, 두 차례에 걸쳐 했고, 대략 밤 10시 정도에 시작했었네요. 이건 물때 시간표 보고 맞추면 되며, 잘 몰라도 당일날 민박집 사장님들이 시간을 다 알려주십니다.
첫날 저녁 배를 든든하게 채우기 위해 바베큐파티를 했네요. 이번에 산 고기가 너무 상태가 좋아 엄청 맛있게 잘 먹었네요. 인원이 많은 만큼 즐거웠고, 또 축제 분위기이기도 했습니다.
저의 경우 처음 해루질이었는데, 나름 야심차게 출발했지만 성과가 그리 좋지는 못했습니다. 베테랑분들에 비해서 수확량이 많지는 않았지요. 물이 빠질 때 한참 (30 ~ 40분)을 나가야 하기 때문에 거기서 1차 체력 소모가 심했고, 갯벌에 심하게 발이 빠지는 것 때문에 2차 체력 소모가 심했네요. 경험이 없다 보니 꽤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물이 많이 빠진 날이어서 재미있게 해루질을 체험했습니다. 다양한 물고기 (놀래미, 우럭, 붕장어 등)도 잡아 보고, 귀엽게 헤엄치는 주꾸미를 건지는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대박이면서 메인인 것은 갯벌을 밟고 다니다 보면 느껴지는 왕소라의 촉감. 팔을 집어넣어 건져 올리면 주먹만한 왕소라가 반갑게 맞아줍니다. 물이 좀 깊을 경우엔 뜰채를 적절히 활용하면 좋아요. 첫날 뜰채가 빠르게 찢어지는 바람에 엄청 아쉬웠다능... ㅠ
돌아와서 회도 떠서 먹고, 쭈꾸미와 게를 넣은 라면도 먹고, 맛있게 부쳐진 부추전도 먹었습니다. 피곤했지만, 지날 수 없는 메뉴들이었어요.
입파도에서의 둘째날 해루질
둘째날은 아무래도 좀 피곤할 수밖에 없었네요. 전날의 피로가 쌓여 있기도 했고요. 빈 시간이 많았지만, 사람이 많다 보니 함께 노느라 멍때릴 시간이 없기도 했습니다.
주간에 물 빠졌을 때 일부 인원이 나가서 바지락을 캤습니다. 저도 동참했는데, 사장님이 알려주신 팁을 적극 활용했더니 아주 수월하게 캘 수 있었네요. 호미 등의 도구가 모자라 장갑 끼고 손으로만 했는데도 꽤 많은 바지락을 캘 수 있었습니다.
이 바지락들을 낮 시간 내내 해감시켜준 뒤 저녁에 바지락칼국수를 해 먹었습니다. 솔직히 일반 식당에서 먹는 것과는 비교할 수가 없습니다. 싱싱함을 떠나 운치와 기분까지 더해지니 최고의 맛이었지요.
전날 잡은 왕소라 해감시킨 걸로 몇 개는 바베큐 그릴에 올려 익혀 먹어보았는데, 이 맛에 해루질을 다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맛이 좋았습니다.
피곤에 절어 있었지만, 이번엔 키조개를 한 번 낚아보겠다고 큰소리를 빵빵 쳤네요. 첫날엔 바람이 좀 심해서 힘들었는데, 둘째 날에는 바람이 없어서 그건 참 좋았습니다. 다만, 물이 좀 덜 빠져서 엄청 애를 먹었지만요. 결국 진이 빠져 갯벌 위에서 저는 기어 다녔네요. 웃긴 건 기어 다니니 소라를 더 많이 잡을 수 있었다는 것. ㅋ
한 조가 물고기 위주로 사냥을 해서 꽤 많은 물고기와 게를 잡아 왔더군요. 우리 조는 왕소라 위주로 잡았지만, 돌아오는 길에 민박집 사장님을 만나 커다란 게를 여러 마리 얻을 수 있었습니다. 요새 비싸서 사 먹기 힘든 녀석들인데.... ㅎㅎ
김병만 씨만큼은 아니어도 해루질에서만큼은 우리 대장님은 정말 대단하십니다. 둘째 날에는 조원을 꾸리지 않고 혼자 다녀오셨는데, 여러 명으로 구성된 조보다 더 많이 잡아 오시는 성과를 보여주시더군요. 무엇보다 내가 그토록 원했던 키조개를 !!!
미리 준비해 둔 양념을 활용해서 매운탕을 끓여 먹었습니다. 다들 너무 지쳐서 바로 자고 싶어 했지만, 이 매운탕은 끝내 국물조차 남지 않았네요. 너무 맛있어서 깜짝 놀랐답니다. 모두들 잠은 커녕 늦게까지 놀았네요. ㅋ
커다란 꽃게도 많이 잡았기에 쪄서 먹기도 했습니다. 키조개는 하나뿐이었지만, 관자를 인원수대로 소분해서 나눠 먹었습니다. 넉넉하진 못해도 나눠 먹는 재미가 있었어요. ^^
곁들여진 두부김치도 정말 맛이 좋았습니다.
철수.... 왕소라의 추억
물고기는 바로 먹으면 되지만, 소라나 바지락 같은 건 해감시켜놓습니다. 그리고, 떠날 때 깨끗하게 정리해서 차곡차곡 담아서 철수하지요.
마지막 날 철수하기 전에 남은 바지락을 넣고 라면을 끓여 먹었습니다. 역시나 엄청난 맛!!!
수확한 엄청난 양의 소라를 들고 철수했네요. 우리끼리 맛있게 먹기도 했지만, 대장님이 챙겨주셔서 집으로 가지고 돌아가 가족들과 맛있게 쪄서 먹었습니다. 왕소라를 몇 번 먹어보니, 입맛이 더 고급이 된 듯싶습니다. ㅋ 너무 즐거웠던 해루질이었고, 이다음이 또 기대되네요. 친구들과도 한번 가보고 싶네요. ^^
[참고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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