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수한 강원도 사투리, 김소월 시를 바꿔보다

Posted by peterjun
2017. 4. 23. 13:58 하고싶은 이야기들/흥미로운 것들

요즘 대부분 표준어를 쓰기는 하지만, 각 지역에서는 여전히 사투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사투리 재미있지 않나요? 어릴 적엔 서울에서 사투리를 쓰는 게 너무 창피해서, 아예 머릿속에서 지울 정도로 애써 지웠는데... 나이를 먹으니 오히려 그게 아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구수한 사투리~ 재미있는 사투리~ 정말 많습니다. 네이버 국어사전 방언 에 가면 지역별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강원도는 요즘 사투리를 많이 쓰지 않는 편이긴 하지만, 제대로 쓰는 분을 만나면 정말 알아듣기 어렵다고 합니다. 

어릴 적 북한 바로 밑의 강원도 지역에서 살던 후배 녀석이 생각납니다. 이게 북한말인지 강원도 말인지 헷갈릴 정도였는데, 대화할 때마다 정말 재미있었네요. 영화 '웰컴투 동막골'에서는 참 구수한 느낌으로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요즘은 아는형님 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김희철 씨의 ~했드래요? 라는 표현이 참 익숙합니다. (물론 ~드래요 가 아닌 ~래요 라는 표현이 주로 사용됩니다.)

강원도 대표작물이라고 할 수 있는 옥수수가 얼마 전 사투리로 무엇인지 맞추는 것이 TV에 나왔는데요. 우연찮게 보게 된 건데 '하숙집딸들'에서 배우 이미숙씨가 엉뚱한 답을 하길래 한참 웃기도 했습니다. '옥덱기'가 옥수수의 강원도 방언입니다. 

'자박서이'는 '머리카락'이라는 뜻이고, '진갈비'는 '진눈깨비'라는 뜻입니다. 이렇듯 모르면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사투리들이 꽤 됩니다. 맛있는 '알밤'을 '차래기'로 부르기도 합니다. 총을 겨누다 할 때 '겨누다'는 강원도말로 바꾸면 '존주다'라는 말이 됩니다. 지난해 한식대첩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지렁물'이라는 표현이 등장했는데, 이건 '간장'을 뜻하는 말입니다. 

다음은 김소월 시인의 '진달래꽃'을 강원도 사투리로 바꿔본 것인데, 약간 과장이 들어가 있기는 합니다. 재미로 보세요. ^^

<원래 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에 약산 신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강원도 사투리로 바꾼 시>

나 보는 기 매해서, 들구번질 저는

입두 쩍 않구 신질루 보내 드릴 기래요

영변에 약산 빈달배기, 참꽃

한 보탱이 따더 내재는 질가루 훌훌 뿌레 줄 기래요

내걸리는 발자구 발자구

내꼰진 참꽃을, 찌져밟구 정이 살패가시우야

나 보는 기 재수바리 읎서 내 쮤 저는

뒈짐 뒈졌지 찔찔 짜잖을 기래요

- 강릉 사투리 보존회 작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