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가고 싶은 제주도 가을 여행

Posted by peterjun
2017. 9. 8. 00:52 여행 이야기/제주도 이야기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모두 제주를 찾아봤지만, 그게 언제든 다시 가고 싶은 건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 어느 계절보다 좀 더 특별했던 가을 제주도. 한달살기에 도전하며, 40일가량 머물렀던 그때의 생활은 1년이 지나도록 내 가슴속에서 여운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힘들 때면 생각나고, 여행을 떠올리면 함께 떠올려지고, 조용히 사색과 함께 여행하고 싶을 때 생각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다시 가고 싶은 제주도 가을 여행>

지난해 가을. 한참 지쳐있고, 몸도 만신창이가 되어 있을 때 무작정 모든 걸 그만두고 떠났던 제주. 두 달을 계약했지만, 급한 일이 생겨 결국 중간에 서울로 복귀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40여 일의 시간은 오랫동안 혹사되었던 몸을 쉬게 해주었고, 피폐해져 있던 마음을 달래주었습니다. 

무엇보다 가을 제주여행이 좋았던 건 다름 아닌 비수기이기 때문이지요. 겨울도 비수기지만, 아무래도 움직이기 힘든 걸 생각한다면 가을만 못합니다. 올레길 투어를 했던 봄 여행도 기억에 남지만, 가을에 긴 시간을 머물렀기에 더더욱 애정이 가나 봅니다. 북적대지 않아 더 좋았던 그때의 기억들.

색감이 남달라 아름답고 예쁜 제주의 바다. 애월과 이호태우 해변의 푸른 바다. 협재해변과 금녕해변의 에메랄드빛 바다.월정리, 김녕 해변의 파스텔톤 빛깔의 바다. 현지인도 좋아하는 함덕해변의 풍경. 어느 바다보다 아름다웠던 제주 바다는 커다란 힐링을 선물해주었습니다. 

곳곳에서 하늘거리던 수많은 갈대들도 좋았는데, 혼자 도보여행할 때 가장 친근한 느낌을 선물해준 녀석들이기도 합니다. 특히 한라산의 풍경은 정말 경이롭기까지 했습니다. 체력이 달려 백록담을 보지는 못했지만, 엄청나게 깨끗하고 신비로운 산의 기운을 듬뿍 받기도 했지요.

노을 풍경들도 참 좋았습니다. 가을 바다의 조금은 쓸쓸하면서도 아름다운 노을들은 내 속에 묵혀 있던 스트레스를 없애주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제주에는 가 많이 오지요. 가을비는 감성을 돋워줍니다. 혼자 즐기는 카페 투어는 그 나름의 여유로움을 만끽하게 해주었지요. 비 오는 날 제주의 어느 카페에서 혼자 사색하는 건 정말 멋진 일입니다. 가끔은 유명한 지디 카페 같은 곳에서 관광객들과 함께하기도 하고요. 

정겨운 제주의 재래시장도 좋았습니다. 혼자라고 맛난 걸 먹지 말라는 법도 없지요. 현지에 살고 있는 분들과 함께 숨 쉬며 생활했던 그 즐거움이 지금도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또다시 그 느낌들을 제대로 경험해볼 수 있는 날이 올지는 모르겠지만, 가을 감성이 짙어지는 오늘 같은 날에는 더없이 그리워지는 곳이네요. 다시 가고 싶은 제주도 가을 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