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절의 상징을 모신 사육신공원

Posted by peterjun
2017. 2. 26. 21:17 여행 이야기/여행 관련 정보

추위가 누그러지고 있는데 때마침 시간의 허락까지 받게 되어 외출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디를 갈까 망설이다 매번 고민만 하다 못가본 사육신공원으로 방향을 잡게 되었네요. 우리나라 충절의 상징으로 꼽히는 사육신의 묘가 있는 곳이지요. 노량진에 위치해 있고, 공원으로 조성되어 있어 많은 고시생들의 마음을 달래주는 곳이기도 합니다.

사육신공원

노량진역과 노들역 사이에 있어 어디에서 내려도 조금만 걸어가면 만날 수 있습니다. 아직은 찬바람이 부는 겨울의 티를 벗어내지 못한 날씨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내리쬐는 햇살이 참 따사롭게 느껴집니다. 

점심시간 즈음에 찾아서 그런지 산책하는 이들을 꽤 만날 수 있었는데요. 저처럼 충절의 의미를 되새겨 보고 싶은 이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근처에서 공부하는 분들이었습니다. 

사육신공원 종합안내도

공원 입구

입구는 언덕형태로 되어 있어 올라갈 때 살짝 부담이 될 수는 있지만, 규모가 작은 공원이라 이 부분만 올라가면 그 다음부턴 이동하는 데에 불편함은 전혀 없습니다. 이렇게 좋은 생각을 되새김질 할 수 있으면서 풍경도 멋진 곳이 서울에 있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될테니 오히려 발걸음이 더 가벼워질 것입니다. 

사육신공원

사육신공원은 크게 두 곳으로 나눠서 분류할 수 있는데, 사육신의 묘가 있는 구역과 산책을 할 수 있는 공원 구역이 되겠습니다. 둘러보니 사육신묘가 있는 곳은 철저하게 경건한 마음을 가지게 될 수밖에 없고, 바깥 구역은 마음을 달래줄 수 있는 힐링의 장소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혹 처음이라면 반드시 사육신묘를 먼저 보시길 권해드리고 싶네요. 

불이문

처마끝

언덕을 오르자마자 우측에 자리 잡고 있는 '불이문'을 들어가면 정면에 '의절사'가 보입니다. 오픈 시간이 정해져 있으니 그 외의 시간에는 닫혀 있습니다. 이곳에는 단종의 복위를 꾀하던 충절의 상징인 사육신의 위패가 모셔져 있는데, 총 7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의절사

의절사

사육신성삼문, 유응부, 박팽년, 이개하위지, 유성원이 더해져 6명을 일컫지만, 훗날 김문기가 추가되어 총 7명의 위패가 모셔져 있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지금도 논란이 있지만, 이 글의 주제와는 관련이 없기에 따로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육각비석

크지 않은 곳이기에 여유를 두고, 천천히 둘러봤습니다. 육각비에는 쉽게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읽을 수는 있어 하나하나 읽어보기도 했네요. ''이라는 중심이 있었던 시대에서 충절을 위해 목숨까지 내던져야 했던 신하들의 충심이 엄숙하게 느껴지는 기분입니다. 사지가 찢겨져 죽는 고통, 그로인해 가족들까지 죽음으로 내몰아야 했던 당시의 상황이 참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신하들을 모두 모아놓고 거열형(수레로 찢겨 죽임을 당하는)을 했던 그 풍경이 상상되어 몸서리까지 치게 됩니다. 

신도비

신도비

진정한 리더가 필요한 이시대. 옛 왕조시대와는 다르지만, 리더와 함께 나라를 잘 끌어갈 수 있는 인재들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 요즘. 사육신공원을 찾으니 어쩐지 생각이 많아지는 기분이기도 하네요.

사육신 위패

의절사로 가까이 가봅니다. 안에는 7개의 위패가 모셔져 있고, 앞에는 향을 피울 수 있게 준비되어 있습니다. 향은 피우지 않고, 간단하게 묵념을 하고 의절사 뒤로 갑니다. 

숲길

뒤쪽에는 사육신의 묘가 있습니다. 실제의 묘가 말이죠.!!! 총 7개의 묘가 있는데, 원래는 4개만 있었다고 합니다. 성삼문, 유응부, 박팽년, 이개의 묘만 있었고, 사육신에 대한 정비가 이루어지면서 나중에 가묘(가짜묘)인 하위지, 유성원, 김문기의 묘가 추가되었습니다. 

사육신묘

커다란 나무들이 묘를 둘러싸고 있고, 햇볕이 드는 모양새를 보니 묘는 양지바른 곳에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묘 앞에 서니 좀 더 엄숙한 기분이 듭니다. 잠시 생각을 해봤네요. 이분들은 당시 어떤 심정이었을까? 어떤 마음으로 죽음을 각오하고 단종의 복위를 꾀했을까? 실패로 끝나고 최후를 맞이할 때 얼마나 비통했을까? 참 다양한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늘어집니다. 

간간히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표정이 다들 비슷한 느낌입니다. 아마 저와 비슷한 엄숙함을 느끼는 것 같네요.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하다가 '편히 쉬세요~' 라고 마음으로 이야기하며 발걸음을 돌려봅니다. 

공원

약간은 무거워진 마음. 그리고 엄숙해진 내 모습. 이제 공원을 걸어봅니다. 맑은 하늘과 간간히 보이는 구름은 모든 좋지 않은 것들을 잊어버리게 만듭니다. '무거움'을 내려놓고, '평화로움'을 느낄 수 있게 되는 멋진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오랜만의 외출은 이렇게 '잠시의 한가로움'도 크게 느껴지게 만드나봅니다. 

한강

사육신공원에는 서울의 우수조망명소가 위치하고 있는데, 이곳에서는 여의도와 한강이 멋지게 펼쳐져 있는 모습을 그대로 눈에 담을 수 있습니다. 저 앞에 보이는 63빌딩이 참 친숙하면서도 멋스럽게 느껴지네요. 

63빌딩

한강에는 한강철교원효대교, 마포대교까지 쭉 이어져 보입니다. 날씨 덕분인지 한 폭의 그림을 감상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환상의 세상 속에 잠시 들어와 있는 듯한 기분. 이곳 조망대에는 테이블이 세팅되어 있어 잠시 쉴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날씨도 좋고 식사 시간이라 도시락을 까먹는 분들이 꽤 있었네요. 

멀리 한강을 바라보며 심호흡을 해봅니다. 충절의 상징이 된 사육신에 대한 생각들이 어쩐지 지금 내 삶의 무게를 덜어주는 기분입니다. 그분들의 충절을 기려보기도 했지만, 더불어 내 마음을 가볍게 해주는 덕도 함께 보았네요. 

함석현

좀 더 걸어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사육신공원을 내려와 노들역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가는 길에 벽에 새겨진 함석현 선생의 글. 사육신의 충절을 '의'로 표현한 것이 유독 눈에 들어옵니다. 길을 걷다 잠시 멈춰 되새김질을 해보다가 다시 길을 걸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