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태우해변 밤바다 풍경과 따뜻한 커피 한잔

Posted by peterjun
2016. 12. 20. 08:58 여행 이야기/제주도 이야기

어둠이 깔리면 바다는 더이상 따뜻한 존재가 아니라는 생각을 줄곧 해오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밤바다를 보러 가는 것에 대해선 조금은 거리낌이 있었는데, 제주 한달살기를 마무리하면서 이상하게 밤바다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습니다. 가능하다면 마음에 오래 남을 모습을 눈에 담고 싶기도 했는데... 어쩌면 밤에 보는 바다에 대한 두려움을 더이상은 가지지 않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밤바다

제주시에서 가까운 이호태우해변을 찾았습니다. 시내에서 가까운 만큼 큰 부담 없이 갈 수 있었는데요. 차가 없었기에 지인을 졸라서 함께 갔습니다. 밤바람이 조금 차기는 하지만, 조명들이 차가운 공기를 조금은 데워주고 있었습니다. 사람이 거의 없는 한산한 풍경이었는데, 적막하리만큼 조용한 가운데 낮은 파도소리가 귀를 간지럽힙니다. 

이호태우해변 카페

바다를 잠시 쳐다보다가 카페로 들어갔습니다. 이호태우해변 앞에는 카페가 그리 많지는 않은데, 밖에서 봐도 분위기가 너무 좋은 조아찌 카페로 선택했습니다. 지인의 추천도 있었고요. 

밤에는 커피를 팔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에 잠시 망설이다가 쭈뼛쭈뼛 들어갔습니다. 

조아찌 카페

실내인테리어

은은한 색감이 돋보이는 실내 모습입니다. 목재의 느낌을 한껏 살렸고, 다양한 소품들과 조금은 옛스러운 장식물들로 채워놓아 편안한 기분이 들게 합니다. 올드팝송이나 재즈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어, 바닷가 앞의 카페다운 분위기를 잘 연출해내고 있더군요. 

은은한 분위기

실제로 이곳은 밤에 술을 파는데, 비수기에 밤바다를 찾는 이들이 별로 없기에 커피를 주문하는 것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사장님도 엄청 친절하셔서 한결 더 마음 편하게 즐길 수 있었습니다. 

커피 아메리카노

핸드드립 커피를 내어놓는다고 내걸고 있지만, 대단한 커피가 나오는 건 아닙니다. ^^ 아주 예전에 친구가 커피 배울 때 어깨너머로 본 것들이 있어서 그런지 핸드드립 커피에 대한 개인적인 기준이 꽤나 높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말이죠. ㅎㅎ

어쨌건 커피 한잔을 받아 들고, 밖을 내다보며 상념에 잠겨봅니다. 지인 커플도 있었지만, 셋 다 조용히 창밖을 내다보기만 했네요. 굳이 이런저런 대화가 필요 없는 시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조용한 사색의 시간들을 각자 가지고, 차를 다 마신 후 카페에서 나왔습니다. 

이호태우해변 밤바다

조명 덕분인지 몸이 살짝 떨리긴 했지만, 시원하다는 느낌이 더 강했습니다. 바람이 거의 불지 않았고, 파도 또한 낮아 운치 있는 밤바다 풍경을 자아내고 있었습니다. 백사장을 가볍게 걸으며 천천히 산책을 즐겨봤습니다. 

밤바다 조명

따뜻한 커피 한잔을 하고 나온 터라 몸속이 따뜻해서 좀 더 가볍게 이 풍경들을 즐길 수 있었네요. 

은은한 조명

무서운 밤바다보다 따뜻한 밤바다를 느꼈던 날이었던 것 같습니다. 보고 또 보고 실컷 즐겼고요. 해변가에는 은은한 조명들이 마치 연인의 산책에 보탬이 되겠다는 느낌으로 자리를 잡고 있어 걷는 맛이 쏠쏠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전 솔로지만요... ㅋ

묵직한 밤바다의 느낌보다는 약간은 가벼우면서도 따뜻한 기운을 가진 이호태우해변 밤바다였던 것 같습니다. 무척이나 기분 좋은 밤이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