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역사, 어린 단종의 유배지 영월 청령포
가벼운 마음으로 떠난 잠깐의 여행이었지만, 청령포를 찾았을 때의 마음은 무겁기만 했습니다. 조선시대 슬픔의 역사라고도 할 수 있는 어린 단종 이야기. 강원도 영월에는 섬처럼 되어 있어 어디로도 도망갈 수 없는 17살 어린 단종의 유배지가 있습니다. 명승 제50호로 지정되어 있는 귀한 곳입니다.
<슬픈 역사, 어린 단종의 유배지 영월 청령포>
가을의 높은 하늘은 청명하고도 아름답습니다. 분명 슬픈 역사가 깃들어 있는 곳이지만, 날이 좋으니 이 모든 풍경들이 멋스럽기만 합니다. 남한강 상류 물줄기를 건너야 육지 속 섬으로 들어갈 수 있는데, 그 안에는 어린 단종의 유배지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문화재도 있고, 당시 모습을 재현해 놓은 단종어소, 유일하게 남아 있는 단종의 유적지까지 있습니다.
- 청령포 주차장 : 영월군 영월읍 청령포로 133
- 관광안내소 전화 : 033-374-1317
- 요금 : 어른 3,000, 청소년/군인 2,500, 어린이 2,000, 경로 1,000
- 배 운영 시간 : 09시 ~ 18시 (입장은 17시까지)
- 주의사항 : 애완동물 동행 금지
배를 타고 건너야 안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청령포 단종유배지는 앞에는 강물이 흐르고 뒤쪽으로는 산이 가로막고 있는데, 이 산은 절벽으로 되어 있어 산을 통해 바깥으로 나갈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말 그대로 육지 속에 완전한 섬으로 존재하는 것이지요. 단종의 짧고 슬픈 역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 1441년 7월 23일(세종 23년) 문종과 현덕왕후 권씨 사이에서 태어남. 이름은 홍위
- 1448년 8세에 왕세손 책봉
- 1450년 10세에 문종 즉위. 왕세자 책봉
- 1452년 12세 조선 6대 왕으로 즉위
- 1455년 15세에 계유정난으로 인해 숙부인 수양대군(세조)에게 왕위를 물려줌
- 1456년 16세. 사육신 사건 발생
- 1457년 17세에 노산군으로 강봉. 청령포에 유배
- 1457년 금성대군 유의 복위 시도 및 사사. 노산군에서 서인으로 내려짐.
- 1457년 청령포 유배 도중 여름 홍수로 범람하여 관풍헌으로 이동.
- 1457년 10월 24일 유시에 17세의 어린 나이로 관풍헌에서 승하.
강을 건널 때 타야 하는 배는 수시로 왔다 갔다 합니다.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 이상 멈추지 않고 움직이는 것 같더군요. 한 명이든, 두 명이든... 말이죠. 건너는 데 걸리는 시간은 2~3분? 정도로 아주 짧습니다.
곳곳에 작은 소망을 담아 돌탑을 쌓아 놓았는데, 그 작은 소망들이 다 이루어지길 바래봅니다. 저도 두어 번 남이 쌓아놓은 곳에 작은 돌을 얹었네요.
물이 참 맑았습니다. 얕지 않은 강바닥이 온전히 보이는 구간도 있었고요. 맑은 날이라 그런지, 하늘도 강물도 잔잔하기만 해서 마음이 평온해집니다. 하지만, 천성에 우울함을 가지고 있어, 이 평화로운 느낌이 저에게는 슬픔으로 다가오기도 했네요. 이곳을 다녀가면서 눈시울을 붉힌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전 계속 그랬네요.
안쪽 작은 육지섬에는 기다란 소나무들이 정말 많습니다. 적게는 수십 년, 많게는 수백 년이 된 거송들이 가득 차 있지요. 각 소나무마다 번호가 매겨져 있었습니다. 단종의 유배 당시에도 이 숲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왜냐면 관음송이라는 거대한 소나무가 하나 있는데, 이는 천연기념물 제349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600살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단종 유배 당시 약 60년생 정도로 추정한다 합니다. 단종은 유배 생활에서 이 소나무에 걸터앉아 쉬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섬의 중심에는 단종어소가 있습니다. 당시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 놓았다 합니다. 2000년 4월에 지은 것이니 오래되지는 않았지요. 본채가 있고, 궁녀 및 관노들이 기거하던 행랑채가 있습니다. 당시 어떻게 유배생활을 했는지 엿볼 수 있게 잘 만들어져 있습니다.
어소 안에 있는 단묘재본부시유지비는 1763년 영조대왕의 친필로 음각되어 있는 오래된 문화유산입니다. 그리고, 어소 담장 너머에 있는 금표비(일반인의 출입을 금함) 또한 1726년 영조 39년에 세워진 문화재입니다.
어소 담벽에 걸쳐 있는 한 소나무가 무척이나 인상 깊었습니다. 뿌리는 바깥에 있지만, 다른 소나무와는 다르게 위로 자라지 않고 옆으로만 갑니다. 단종어소 쪽으로 명확하게 방향을 잡고 있어, 어쩐지 슬픔이 느껴집니다. 이 지점에서 괜히 울컥해서 살짝 눈물을 훔치기도 했네요. ㅠ
어소를 나와 뒤편으로 이동하면 관음송이 있고, 그 뒤로 절벽으로 이어지는 오르막길이 있습니다. 걷기 좋게 계단으로 만들어져 있지만, 오랜만에 걸은 저는 이것조차 제대로 못 오르고 헉헉댔네요. ㅋ 올라가서 앞을 바라보면 멋진 풍경들이 펼쳐집니다. 하지만, 저곳으로 갈 수는 없지요. 발 바로 앞에는 절벽이니...
한쪽에는 망향탑이 있습니다. 단종이 남긴 유일한 유적이라 하는데, 유배생활하면서 한양에 두고 온 왕비 송씨를 생각하며 돌을 주워 탑을 쌓아 올렸다 합니다.
17세 어린 나이로 유배를 왔다는 사실보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 어린 나이에 얼마나 두렵고 근심이 가득했을지 공감을 해봅니다. 실제로 청령포에 잠시 유배 왔다가, 홍수 때문에 관풍헌으로 이동 후 사약을 받았으니... 그 짧은 삶이 참 가혹했을 것 같습니다.
천천히 읽어보며, 둘러보며, 사색하며 돌아봤기에 두어 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길어도 한 시간 안쪽으로 다 보는 것 같더군요. 영월 지나는 길에 한 번쯤 들러 역사를 배워보기에 좋은 곳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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