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맛집] 통통돼지, 단촐한 메뉴, 맛있는 고기

Posted by peterjun
2017. 5. 10. 12:33 일상이야기/맛집과 먹거리이야기

신촌에서 수십 년 살고 있는 친구가 데려간 통통돼지. 저녁 메뉴를 한참 고르다가 삼겹살이 먹고 싶다 해서 가게 되었네요. 20대 초반에는 매일 갔던 동네인데, 지금은 참 많이도 바껴 있습니다. 그래도 상권이 요즘은 다시 살아나 꽤 북적거리는 동네가 되어가고 있네요. 

<신촌 고기맛있는 집 통통돼지>

이것저것 다 판다고 하지만, 의외로 단촐한 메뉴판이더군요. 밤늦은 시간에 갔더니 텅~ 빈 가게. 손님이 없는데 무슨 맛집이냐며, 다른 곳으로 가자고 졸라봤지만... 토박이가 그렇다는데 잔말이 많냐며 끌려 들어갔네요. 저녁을 여태 먹지 않아 배도 고팠기에 뾰족한 수가 없기도 했고요. 

오래된 고깃집 티가 곳곳에 나는 것 같습니다. 중간에 리모델링도 한 것 같은데, 생각보다 그리 깔끔하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았네요. 살아남은 전형적인 고깃집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벽 곳곳에 맛집으로 소문난 이야기들이 붙어 있습니다. 앉은 자리 바로 옆에는 대만에서 소개된 맛집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다른 나라에서 소개되었다는 게 어쩐지 신선합니다. 수요미식회 등등 맛집 프로그램에 방영된 모습만 보다가 이런 소개를 보니 재미잇네요. 중국어, 일어도 준비되어 있는 걸 보니, 신촌에 놀러 온 외국인들도 많이 찾는 곳인가 봅니다. 손님 타령을 좀 했더니, 친구는 제시간에 오면 먹지도 못한다며 얘기해주네요... ㅋ

흔한 고깃집 상차림. 양배추 절임이 다른 식당과는 좀 다른 점이었는데, 새콤함이 강하지 않으면서 살짝 달달한 맛. 그리고 뒷맛에 묻어오는 매콤함. 초에 절인 음식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데, 상당히 맛있더군요. 뒤가 기대되는 반찬입니다. 

목살(12,000)을 먹고 싶은 나. 삼겹살(12,0000)을 먹고 싶은 친구. 티격태격하다가 결국 1인분씩 주문했습니다. 주문함과 동시에 만들어서 내어놓은 상추 파절이. 이게 맛있다며 먹어보라고 친구가 재촉합니다. 네~~네~~ 맛있네요. 하지만, 이것 때문에 굳이 이곳을 갈 정도는 아니군요. 이게 아무리 맛있어도 사실 큰 의미는 없지요. ㅎㅎ고깃집은 고기가 맛있어야 하는 법!

검색해보니 생삼겹살이 참 맛있다고들 합니다. 그래도 전 목살. 작은 마늘을 편으로 내지 않고 그대로 담아 주어 함께 구워줍니다. 작은 마늘. 이거 요새 트랜드인데... 나름 변화를 꾀하는 정체되지 않은 고깃집이라는 생각을 잠시 해봅니다. 오래된 가게는 대부분 큰 마늘을 편으로 썰어 내어오니까요.

손님이 없어서인지, 원래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직접 구워주시고, 다 잘라주기까지 합니다. 불편하지 않게 자를 때는 고기를 가져가서 잘라옵니다. 

배고프다 연신 노래를 부르던 친구. 동네까지 찾아온 친구를 위해 열심히 고기를 뒤적뒤적하며 굽습니다. 고소하면서도 잘 익은 고기 냄새. 코를 자극합니다... 고기만 먼저 한 점 먹어봤는데, 그 어떤 다른 생각도 들지 않을 정도로 맛이 좋습니다. 

잠깐의 의심도 생기지 않는 걸 보니 고기가 정말 좋은 것 같습니다. 

쌈도 넉넉하게 챙겨주시기에 상추와 깻잎으로 열심히 쌈을 싸 먹습니다. 서너 번 까지는 거의 말도 없이 먹기만 했네요. 공기밥 하나 시켜서 둘이 나눠 먹고 있는데, 찌개가 양은냄비에 담겨 나옵니다. 고기 먹는 도중에 여기 찌개도 맛있다고 하길래... 메뉴에도 없고만 뭔 소리냐고 했는데... 이제 알겠습니다. 진한 고기육수를 활용한 간단한 육개장. 상당히 맛이 좋습니다. 국물 좋아하는 분이라면 원샷 때리고 싶을 정도의 맛.

뭘 더 시켜야 하나? 그만 먹을까? 고민하던 찰나에 들어온 손님. 껍데기를 포장해달라고 부탁합니다. 사장님이 원래 안 되는 거라고 하시면서 마지못해 해줍니다. 덕분에 혹~ 한 우리도 껍데기 1인분(6,000) 추가. 살짝 구워준 뒤에 판을 바꾸고 잘라주시네요. 은은한 불에 천천히 익혔다가 뜨거운 기운을 조금 빼니 쫄깃한 식감이 예술입니다. 오랜만에 먹어서가 아니라 그냥 맛있어서 더 좋았던 껍데기.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 근데... 불친절은 아니지만, 딱히 친절하지도 않으셔서 괜히 조금 민망하기도 했네요. 너무 무뚝뚝한 느낌...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