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타인데이 초콜릿보다 영양갱

Posted by peterjun
2017. 2. 10. 08:47 일상이야기/일상 다반사

남자들만 가득한 집에 유일한 홍일점으로 살아온 막내 동생. 아버지와 네 명의 오빠들을 위해 매년 발렌타인데이가 되면 초콜릿을 직접 만들어 선물을 주곤 했습니다. 가족들 챙기는 걸 그 무엇보다 좋아하기에 이 시기만 되면 뭔가 만든다고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놓곤 했지요. 성인이 되고 나서는 나름의 아이디어를 매번 고심해서 선물을 만들어 주는데, 이번에는 영양갱이네요. 꽤 괜찮은 아이디어인 것 같습니다. 

포장까지도 허투루 만든 적이 없어, 작은 선물이지만 받을 때마다 집 한 채는 받은 것처럼 기분이 좋습니다. 무엇보다 '정성'이 가득 들어가 있고, '사랑'이 배어 있다는 걸 알기에 더더욱 감사한 마음이 먼저 들지요. 작고 아담한 박스에 담겨진 직접 만든 영양갱들. 투명한 포장지 사이로 살짝 보이는 비주얼을 보니 신경을 많이 썼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박스를 열어봤습니다. 총 6개의 양갱이 들어 있네요. 작은 내용물 포장까지 일일이 신경을 썼고, 색감과 양갱의 모양까지 공을 들였음이 눈에 들어옵니다. 발렌타인데이의 초콜릿과 색감이 통하는 양갱들이 기본이기에 너무 달달한 초콜릿보다는 이런 선물이 특색있으면서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조금 더 특별한 이벤트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막내가 얼마나 고심했을지 눈에 선합니다. ^^

귀여운 포장지에 쌓여진 3단 영양갱은 색감이 참 예쁩니다. 핑크빛이 마치 그라데이션을 먹인 것처럼 스며들어 있어 예쁘기도 하고, 포장지와 참 잘 어울리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물어보니 포장을 더 예쁘게 하기 위해 이래저래 시도를 해봤다고 합니다. 이제... 아빠와 오빠들보다는 남친한테 이런 걸 만들어줘야 할 텐데...말이죠. ㅋ

틀로 예쁘게 찍어낸 팥앙금으로 만든 녀석들은 시중에 파는 일반 양갱과 맛이 비슷합니다. 건강을 위해 조금 덜 달게 만든 것이 조금 다르지요. 어릴 땐 자기 앞에서 먹지 말라며 부끄러워했는데, 이젠 맛평가를 앞에서 기다립니다. ^^ 아무 맛이 없어도 맛있다고 할 판이지요. 근데...그만큼 막내가 예뻐죽겠습니다. ㅎㅎ

사각형으로 만들어 놓은 팥앙금 양갱에는 밤이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식구들이 밤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비주얼이나 영양적으로나 꽤 괜찮아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부드러운 식감과 밤 알갱이의 씹히는 식감이 너무 좋았네요. 배가 살짝 출출해지려고 할 때 간식으로 먹으면 딱 좋을 것 같습니다. 

색감이 너무 예뻐 먹기 아까운 핑크빛 양갱은 백앙금에 백년초가루를 넣어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야길 들어보니 원래는 다양하게 만들기 위해 시금치가루, 단호박가루까지 준비했지만, 시간이 모자라 다 만들지는 못했다고 하네요. 특별한 맛이 느껴지지 않아 쪼금 아쉽다는 평을 하기는 했지만, 팥앙금으로 만든 것보다 부드러운 식감이 강해 어르신 선물로도 제격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네요.

맛과 정성이 가득한 올해 발렌타인데이 선물. 장사치들의 이벤트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힌 만큼 초콜릿도 좋지만, 마음이 담긴 이런 선물도 정말 좋은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