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영실코스 멋진 풍경에 힘듦을 잊다

Posted by peterjun
2016. 11. 6. 23:35 여행 이야기/제주도 이야기

백록담을 정복하는 것은 새벽같이 출발해야 할 뿐만 아니라, 초보자들에게는 쉽지 않기도 합니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가는 곳 중 가장 인기 있는 코스가 영실코스어리목코스인데요. 두 곳 모두 종착지는 윗세오름입니다. 윗세오름의 장관은 TV에도 수시로 나올 정도로 무척이나 아름답고 멋집니다. 

저는 영실코스로 올라가서 어리목코스로 내려왔는데요. 가파른 영실에 비해 어리목은 완만하기 때문에 힘들게 올라가느라 지친 다리와 무릎을 보호하기 위해였습니다. 어리목코스에 대한 이야기는 아래 포스팅으로 확인해 보세요. ^^

두 곳 모두 초보자도 가능한 코스라고는 하지만 영실코스는 경사가 가파르기 때문에 생각만큼 쉽지는 않습니다. 대부분은 조금 힘들어도 충분히 올라갈 수 있지만, 중간중간 너무 힘들어하는 아주머니들을 꽤 봤네요.

저는 대중교통을 이용했는데요. 740번 시외버스를 타고 영실매표소에서 내렸습니다. 자가용을 끌고 가는 분들은 이곳에서 더 올라갈 수 있습니다. 위에도 주차장이 있거든요. 전 한참을 걸어 올라가야 했는데요. 탐방로 입구 가기 전에 워밍업이라 생각하고 걸었는데, 오르막이 생각보다 힘들더군요.

수학여행 온 학생들이 바로 앞에 있었는데, 이때 한 가지 생각을 해봤습니다. 아마 저 학생들을 다시 마주칠 일은 없겠지~ 라며... 하지만, 저처럼 어리목으로 넘어오지 않고, 그대로 돌아오더군요. 다시 한 번은 마주쳤습니다. ^^ 팔팔한 10대와의 체력 차이를 실감하게 된 등산이기도 했네요.

가을 단풍을 잔뜩 기대하고 갔는데, 절정은 이미 지난 것 같았습니다. 떨어진 낙엽이 많더군요. 그래도 그 나름의 운치가 있어 좋았습니다. 쉽게 갈 수 있는 산은 아니기에 더더욱 그랬는지도 모르겠네요.

탐방로 입구에는 휴게소가 있어 필요한 물건들을 구매할 수도 있습니다. 이곳에서부터 이미 저 멀리 산 위를 바라보면 뭔가가 보이는데요. 바로 오백장군의 모습입니다. 영실기암으로 작은 기암괴석들이 엄청나게 많은데, 오백나한이라고도 합니다. 

휴게소 및 최종주차장 바로 옆에는 오백나한전이라는 많은 고승들이 거쳐 간 성지가 있는데요. 관광객들을 위한 것은 따로 없기에 볼거리가 특별히 있는 건 아니지만, 잠시 들러 둘러보았습니다. 

산을 올라가는 길은 대부분 잘 정리되어 있어, 불편한 점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나무판으로 되어 있는 길이 대부분이어서 비가 조금 오더라도 신발이 질척거려 등산이 힘든 상황도 없지요. 

아직 조금 남아 있는 가을 단풍이 그래도 참 반갑습니다. 예뻐서 한 컷, 그저 사진으로 남기고 싶어 한 컷, 가을 하늘이 더 예뻐서 한 컷. 사진을 수도 없이 찍으며 등산을 했네요. 

영실코스는 계단이 정말 많습니다. 그래서 길은 좋다고 할 수 있지만, 상당히 다리에 힘이 들어가게 됩니다. 그래도 어느 정도만 올라가도 장관이 연출되기에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일정에 쫓기지 않는다면 쉬엄쉬엄 구경하면서 올라가는 것이 제일 좋다고 생각되네요. 

전 고소공포증이 심하기 때문에 중턱부터 윗세오름에 도착하기까지 꽤 힘들었습니다. 멋진 경치가 너무 좋기는 했지만, 길이가 가늠도 안 될 정도의 낭떠러지 옆 계단을 오르는 것이 참 힘들더군요. 다리가 아파서 정말 천천히 올라갔는데, 천천히 가는 만큼 구경은 실컷했습니다. 고소공포증 때문에라도 영실코스로 하산하는 건 저에겐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한참 올라가는 중에 수학여행 온 학생들이 우르르 내려오는데 가위바위보 해서 진사람 뛰어내리기 같은 말도 안 되는 타이틀을 겁니다. 그저 아이들의 장난인데, 어찌나 심장이 바들바들 떨리던지... ㅎㅎ 선생님께서 다른 등산객들에게 인사하라고 예절교육 시키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덕분에 저도 인사받고, 인사하고 그랬네요. ^^

중턱을 지나면서 계속해서 장관으로 펼쳐지는 기암괴석은 전설을 가지고 있는데, 오백명의 아들에게 죽을 먹이기 위해 큰 가마솥에 죽을 끓이다가 어머니가 솥에 빠져 죽었다고 합니다. 499명의 아들이 죽을 맛있게 먹고, 막내가 마지막으로 먹으려다 어머니 뼈를 발견하게 되는데, 어머니 고기를 먹은 형들과 살 수 없다 하여 차귀도에 가서 바위가 되었다 합니다. 그 뒤로 499명의 형제는 한라산으로 올라가 돌이 되었다는 전설이네요. 음... 다른 전설에 비해 좀 조악한 이야기지만, 그래도 흥미로웠네요.

한라산에는 까마귀가 많습니다. 예전 지리산에서도 그랬는데, 산이 크고 깊으면 까마귀가 많은 것인지... 모르겠네요. 이곳 까마귀들을 사람을 크게 무서워하지 않는 것 같았는데요. 사진 찍으려 웬만큼 가까이 가도 잘 도망가지를 않습니다. 신기해서 찍은 까마귀 사진만 수십장이네요. ^^

넓게 펼쳐진 풍경은 정말 멋졌습니다. 탁 트여 있어 가슴속까지 시원해지는 느낌이 들었고요. 날이 맑으니 많은 것들이 보여 더 좋았습니다. 왼쪽 끝에 살짝 성산일출봉까지 보이니, 약간의 감동스런 기분까지 듭니다. 힘들게 올라가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감탄사를 연발하면서 힘듦을 잊는 것 같습니다. 

윗세오름에 도착하면 전망대가 있어 좀 더 높은 곳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최고의 포토존이라 할 수 있는데, 망원경이 있어 먼 곳을 살펴볼 수도 있습니다. 바로 눈앞에 비록 옆모습이지만, 한라산의 최고 명물 백록담이 있는 것도 참 감동이고, 멋지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편으론 저길 어떻게 올라가나~ 라는 생각도 들고요. ^^

매번 TV에서만 보던 윗세오름의 풍경을 직접 보니 기분이 너무 좋습니다. 날이 맑아 더 그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디가 되었든 자리 잡고 잠시 쉬어갑니다.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는 느낌! 바로 그 느낌이 드는 곳이지요.

위의 사진은 제가 간 날 바로 전날 지인이 가서 찍은 사진인데, 하루 차이인데 이렇게 다른 풍경을 연출하고 있네요. 가을이지만, 잠깐 추울 때 가니 저렇게 하얀색으로 덮힌 한라산을 보게 되었다고 합니다. 참 신기했네요. ^^

윗세오름 대피소까지 가면 휴게소가 있는데, 그곳에는 커피, 사발면, 초코파이 등 다양한 요깃거리를 팔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먹는 사발면은 정말 꿀맛이지요. ^^ 내려올 땐 내가 먹은 쓰레기는 다 챙겨야 합니다.!!! 대피소 광장에는 쉴 곳이 넓게 펼쳐져 있으니 충분히 쉬었다가 하산하시면 되겠습니다. 

5시간 정도의 고된 산행이었지만, 정말 기분 좋은 하루였습니다. 뿌듯하고, 행복했지요. ^^ 체력만 된다면 백록담에도 올라가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