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자도 가능한 한라산 어리목코스 등반

Posted by peterjun
2016. 11. 3. 10:26 여행 이야기/제주도 이야기

제주의 날씨가 들쭉날쭉할 때가 많다 보니 잠깐의 일정으로 방문하여 한라산 등반을 멋지게 해낸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인 것 같습니다. 저도 그동안 두 차례 정도 시도했으나, 늘 비 때문에 실패하곤 했지요. 이번에 두달살기를 하면서 실시간으로 내 일정을 조절할 수 있으니 조금은 좋은 날 접근이 가능했습니다. 백록담을 보는 건 체력이 따라주지 않아 일단 보류하고, 나머지 코스를 돌기로 했지요. ^^ 

어리목입구

종착지가 백록담이 아닌 윗세오름으로 잡고 등반하는 분들이 참 많습니다. 엄청난 광야가 펼쳐진 듯한 윗세오름의 모습이 정말 장관이기도 하고, 저처럼 체력이 모자란 분들이 갈 수 있는 최고, 최적의 장소이기도 하지요. 출발선은 어리목코스 또는 영실코스로 하게 되는데, 저는 영실코스에서 출발하여 어리목으로 내려왔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했기에 가능하기도 했지만, 영실주차장에 차를 대고, 어리목으로 내려와 택시를 이용하여 차를 찾으러 가는 분들도 있습니다. 

가을길

한라산

많이 다녀본 분들의 말에 의하면 제가 다녀온 영실 ~ 어리목코스 제일 좋다고 합니다. 영실코스는 가파른 편이고, 거의 계단으로 구성되어 있어 꽤 힘이 들어갑니다. 다만 볼거리는 영실쪽이 많아 조금 힘들더라도 구경하면서 올라가는 맛이 있지만, 그곳으로 다시 내려오는 건 다리가 풀린 상태에서 굉장히 힘이 들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어리목쪽은 완만한 코스이기에 하산하기엔 딱 좋은 코스입니다. 

오늘은 제가 내려온 코스인 어리목코스에 대해 소개를 해볼까 합니다. 

어리목코스입구

산길

차를 끌고 가는 분들도 많지만, 대중교통을 활용하는 분들도 상당히 많습니다. 서귀포지역이든 제주시 지역이든 이곳을 지나가는 시외버스 740번을 활용하면 됩니다. 어리목코스를 이용할 분들은 어리목입구에서 하차하면 되는데, 여기서 다시 탐방코스까지 걸어가야 합니다. 차를 가지고 온 분들은 이 부분은 생략이 가능합니다. 탐방코스 앞에 주차장이 있기 때문이죠. 

단풍

야생 버섯

조금은 늦가을 정취지만, 워밍업하면서 걸어가기에 좋습니다. 꽤 멋들어진 곳을 걷는 느낌도 나고요. 한라산 단풍의 절정이 10월 말이고 맞춰서 갔는데, 어쩐지 조금 늦은감이 있어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한라산 탐방로 안내

어리목코스는 반환점인 윗세오름까지 6.8km 구간입니다. 조금 완만하기 때문에 영실코스에 비해 길이는 긴 편입니다. 동절기에는 12시가 지나면 입산이 안 되니 가실 분들은 반드시 오전에 출발해야 합니다. 춘추, 하절기에는 14시까지 입산이 가능합니다.

나무들

등산길

올라가는 길은 다른 일반산들과 크게 다른 느낌은 거의 없는데요. 지리산 등산할때와 거의 유사했다는 느낌입니다. 길은 그리 넓지도 좁지도 않아 등산객들끼리 크게 부대낄 일은 없습니다. 나무로 된 계단형식을 곳곳에 적절하게 세팅해 놓았고, 돌이 많은 길이지만 안전한 산행이 가능하게끔 굉장히 잘 되어 있습니다. 인기가 많은 한라산인만큼 등하산시에 길 때문에 불편했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네요. 

그래도 등산을 거의 하지 않는 초보분들이나 노약자분들에게는 버거울 수 있으니 쉬엄쉬엄 간다 생각하고 시간을 넉넉하게 잡는 게 좋습니다. 

의자

단풍잎

쉬는 공간도 주기적으로 나오는데, 제가 느끼기엔 꽤 많았기 때문에 나올 때마다 쉬면 페이스가 망가질 수 있으니 참고하세요. ^^ 어리목 입구 쪽은 그래도 단풍이 아직 남아 있었는데, 올라갈수록 떨어진 낙엽들만이 눈에 띕니다. 잠시 쉬면서 제 옆에서 같이 쉬고 있는 단풍잎도 찍어봤네요.

해발 1300

샘물

해발 안내판이 거의 100미터 단위로 나오는데, 1300미터 정도 되면 어쩐지 뿌듯한 마음이 들기 시작합니다. 끝까지 가면 해발 1800미터 안내판을 보게 되지요. 중간중간 크게 볼거리는 없어 온전히 등산에만 집중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2~3시간을 가다 보면 너무나도 멋진 윗세오름이 나오는데, 어리목으로 올라가면 만세동산을 먼저 접하게 됩니다. 여기까지 가면 마실 수 있는 물도 나오는데, 올라오면서 빈 물통을 채우기에 딱 좋은 위치입니다. 

고목

만세동산

만세동산에는 전망대가 있어, 멋진 풍경을 볼 수가 있고, 사진도 찍을 수 있습니다. 한참 올라와서 넓게 펼쳐진 이곳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탁 트이는 기분이 듭니다. 

백록담

윗세오름

한라산에서만 볼 수 있는 이 풍경만큼은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기를 잠시 바래봅니다. 저 멀리 백록담의 옆모습이 보입니다. 딱 봐도 저곳에 가려면 상당한 힘이 필요하겠다는 생각도 들지요. 성판악 코스, 관음사 코스에서만 접근이 가능합니다. 백록담 정복을 하려면 새벽같이 출발해야 입산할 수 있습니다. ^^ 

윗세오름대피소

만세동산을 지나 넓게 펼쳐진 이 오름의 풍경을 즐기면서 천천히 걷다 보면 반환점인 윗세오름대피소를 만나게 됩니다. 이날은 수학여행 와서 이곳을 찾은 학교가 두 곳 정도 되는 것 같았는데, 아이들의 체력을 엿보고 괜히 의기소침해지는 기분을 느끼기도 했네요. 

사발면

이 대피소에서는 여러 가지를 판매하고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은 바로 '사발면'입니다. 힘들게 올라와서 먹는 사발면은 정말 꿀맛이죠. 제주에 살면서 한라산을 자주 가는 분이 아니라면 거의 사발면을 드시는 것 같습니다. 저도 하나 사서 먹었네요. ^^ 가격도 1,500원 정도밖에 하지 않아 싼 편입니다. 대신 내가 먹은 쓰레기는 하산할 때 들고 내려가야 한다는 것!!! 그래서, 구매할 때 작은 비닐봉지도 함께 줍니다. 

간혹 어리목에서 출발하여 영실로 하산하는 분들이 있는데, 이렇게 두 코스를 활용할 분들은 절대적으로 영실에서 출발하여 어리목으로 내려가는 걸 추천드리고 싶네요. 내려갈 때 영실코스는 지옥입니다. ^^ 특히 고소공포증 있는 분이라면 더더욱 힘든 코스이고요. 

만세동산 전망대

백록담 코스가 아니라 조금은 쉽게 생각하고 덤벼들었다가 자고 일어나니 온몸이 쑤십니다. 그래도, 너무 맑은 날 한라산을 다녀와 그저 행복하기만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