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보라매공원 산책으로 마음을 가다듬다

Posted by peterjun
2017. 1. 3. 10:09 일상이야기/일상 다반사

어릴 적부터 내 집 정원이라 생각하며 드나들었던 보라매공원. 어른이 되어서도 수시로 찾을 만큼 공원에 대한 애정이 각별합니다. 그런데 좀 더 어른이 되어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살아가다 보니 마음의 여유는 점점 줄어들고, 자연스레 코앞에 있는 나만의 정원을 찾는 일도 뜸해졌네요. 추운 겨울이지만, 오랜만에 옛친구가 생각나듯 보라매공원이 생각나 잠시 산책을 하며 마음을 가다듬어 보았습니다. 

보라매공원 입구

옛 공군사관학교 자리를 1986년부터 공원으로 조성하여 지금까지 오고 있는 이곳은 30년 역사를 가졌는데, 그 시간을 온전히 저와 함께 보내왔습니다. 그래서 애정이 남다른 편이지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 어느 계절에 가도 마냥 사랑스럽고 내게 힐링을 선물해주는 그런 곳입니다. 

산책로

시든 연잎

차가운 겨울. 날씨마저 흐려 어쩐지 더 쓸쓸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지만, 생각보다 춥지 않아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고 있습니다. 규모가 워낙 크기도 하고, 이만한 산책코스를 가진 곳이 서울에 그리 많지도 않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앙상한 나뭇가지

등나무 벤치

15년 동안 한 우물만 파왔던 제게 최근 시작된 새로운 일은 색다른 경험이기도 하지만, 상당히 힘든 도전이 되고 있습니다. 희망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이 시점에 마음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는데, 보라매공원을 찾으니 자연스레 힐링과 함께 얽혀 있던 생각의 실타래가 풀어지는 기분이 듭니다. 

정자

마지막 잎새

공원을 찾아 운동하는 분들도 많지만, 이상하게 전 그게 잘 되지 않습니다. 각박한 도심 속에서만 살다 보니 이런 공간에서조차 치열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가득해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천천히 산책하며, 사색하며, 때로는 희망의 상상을 통해 자가치유를 하기도 합니다. 

앙상한 가지들만 남아 있는 나무들이지만, 이렇게 흐린 하늘이라도 올려다볼 수 있게 해주니, 운치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생존을 위해 지은 새집, 한 장 남은 낙엽... 이 모든 것들이 하나의 시가 되어 마음에 다가옵니다. 

호수

보라매공원 호수

보라매공원에는 작지만 예쁜 호수가 하나 있습니다. 예전에는 깊고 큰 호수였는데, 언젠가 공원 전체를 좀 더 예쁘게 보수공사를 하면서 이렇게 작은 규모로 바뀌었습니다. 차분한 느낌을 주는 겨울 호수 풍경은 마음에 일고 있는 어지러운 파도들을 잔잔하게 만들어 줍니다. 

잠시 호수를 바라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함께 해보았네요. 한가로이 헤엄치고 있는 오리 녀석들이 마음에 평화를 불러일으킵니다. 

조형물

노동자를 위한 조형물

평소 같으면 잘 들여다보지 않는 편인데, 다양한 조형물들도 하나씩 살펴봅니다. 노동자를 위한 조형물도 있고, 다양한 의미를 담은 예술작품 형태로도 곳곳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보라매안전체험관

장애인복지관

보라매공원에는 다양한 시설들이 함께하고 있는데요. 공원 입구 쪽에는 기상청이 있고, 중간에는 보라매안전체험관이 있어 아이들에게 다양한 체험학습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반대편 입구에는 서울시립 남부장애인종합복지관이 있는데, 공원과 붙어 있다 보니 다양한 행사가 있을 때 공원 방문객들이 많이 참여하는 편입니다. 복지관에 다니는 아이들을 자주 보게 되는데, 그럴때면 늘 마음이 아픔을 느낍니다. 의도치 않게 장애를 가진 이들의 삶이 얼마나 안타까운지 잘 알기 때문이죠. 

어린이 놀이터

크기가 큰 공원인 만큼 아이들이 실컷 뛰어놀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다양한 놀이를 할 수 있는 놀이터가 있어 늘 아이들과 부모님들로 북적대는 편입니다. 

담벽

농구장

인공암벽타기시설과 x-게임장, 인조잔디축구장, 배드민턴장, 농구장 등 다양한 시설들이 주변 거주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한때 x-게임장에서 인라인을 타고 묘기를 부리는 청년들이 많아 볼거리가 많기도 했는데, 요즘은 보드가 대세인지 보드 타는 분들이 많습니다. 

논

억새 갈대

공원 한가운데는 작은 논이 있습니다. 아이들의 체험학습을 위해 마련된 다양한 시설 중 하나인데요. 마치 시골에 놀러 온 듯한 느낌을 불러 일으키는 멋진 포인트입니다. 추운 겨울까지 하늘하늘거리며 자리를 지키고 있는 억새들도 감성을 자극하고요. 

트랙

조깅

중앙에 위치한 커다란 원형 잔디밭과 그를 둘러싸고 있는 길은 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저도 1.2km 이어진 이 동그란 트랙을 수도 없이 돌았지요. 때로는 이곳을 하염없이 돌다 보면 무념무상이 되는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생각이 복잡할 때 운동도 할 겸 트랙을 도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비행기

공군

공군과 연관이 있는 공원이다 보니 한쪽에는 다양한 비행기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아이들이 정말 좋아하는 장소이기도 하지요. 곳곳의 벤치들은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많이 이용되기도 합니다. 

야간조명

동부공원녹지사업소

요즘은 야간에 조명이 예쁘게 켜지는데, 공원산책을 마치고 나오던 참에 불이 켜져 잠깐 볼 수 있었습니다. 좀 더 어두워진 밤이라면 더 예쁠 것만 같네요. ^^ 보라매공원 야경도 참 멋진데, 더 춥기 전에 철수했습니다. 

오랜만에 찾은 보라매공원. 30년 동안 곁에 있었던 만큼 오랜 친구와도 같은 느낌입니다. 어지럽고 복잡했던 마음이 한결 정리가 된 기분으로 집으로 돌아왔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