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 졸업식, 수도여고

Posted by peterjun
2016. 2. 6. 10:24 일상이야기/일상 다반사


저에게는 네 명의 동생이 있습니다. 4남 1녀 중 제가 장남이지요. 동생들이 어리다보니 제가 반부모같은 역할을 하면서 살아왔는데요. 너무나도 아끼고 예뻐하는 막내여동생이 이제 고등학교 졸업을 했습니다. 오랫동안 동생들 뒷바라지를 하며 지내와서 그런지 홀가분한 마음이 들면서도 약간은 허무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이제는 좀 더 금전적인 문제들이 저를 괴롭히겠지요. ^^ 올해 대학생이 두 명이나 생겼거든요~~~


<여고 졸업식, 수도여고>



살아오면서 여고 졸업식은 처음으로 가봤습니다. 남중, 남고를 나왔고, 밑으로 줄줄이 남동생 세 명의 졸업식 또한 기껏해야 공학이었기에 여고 졸업식까지 갈 일이 없었습니다. 이번에 막내 동생 졸업식을 통해서 결국 한 번은 겪어보게 되었네요. 


500명 가량의 이제 갓 20살이 된 꿈많은 여고생들의 뒤통수를 보고 있자니 기분이 묘합니다. 남동생들 졸업식에서 이런 생각이 들지는 않았는데, 참 희안합니다. 어쩐지 이들의 희노애락이 머리속에 그려지는 건 왜인지 저도 모르겠네요. 동생 졸업식을 보고 있었지만, 중간중간 저도 눈물을 찔끔했네요. ㅠㅠ


위의 사진은 후배가 졸업하는 선배들을 위해 노래를 불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이후에 댄스동아리 친구들이 춤을 추었는데, 여기서 여고 졸업식은 다르다는 걸 느꼈습니다. '떼창'이라고 하지요? 강당이 떠날 정도로 쩌렁쩌렁하게 아이돌의 노래를 따라 부르는데, 군대는 저리가라였습니다. ^^ 확실히 여자 아이들이 남자 아이들보다 집중력이 좋은 것 같았습니다. 덜 어수선했고요.


졸업식은 꽤 긴편이었는데, 그리 지루하지는 않았습니다. 어찌되었건 이제 숙녀로 거듭날 준비가 된 소녀들의 졸업식을 처음 접하는 저이기에~ 또한 막둥이를 찾아내기 위해 그 수많은 뒷통수들을 째려보느라 지루할 틈이 었었지요. 


식이 끝나고 교실로 돌아와 선생님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모습들은 남고와 크게 다를 바 없었는데요. 그 와중에 유일하게 선생님을 따뜻하게 꼭 안아주는 내 막둥이 동생이 참 기특하기도 하고, 정이 많은 녀석이라는 걸 새삼 느끼게 되었네요. 



졸업은 하나의 선에 불과합니다. 그저 한 발짝 더 내딛어야 하는 경계선일 뿐이지요. 이제 새로운 대학생활을 시작할 우리 막내의 핑크빛 미래를 축복해봅니다. 꿈이 참 많은 아이였는데, 학교 성적 때문에 모든걸 내려놓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봅니다. 


졸업식을 가면 그 시절이 떠올라 기분이 울적해지곤 하는데, 워낙 밝은 이녀석 덕분에 내 가족의 마지막 고등학교 졸업식은 꽤 즐거웠네요. 이제 당분간은 중/고등학교 졸업식 갈 일은 없게 되었습니다. 


여고생들의 마지막 모습은 어쩐지 멋만 잔뜩 부리고, 어른 행세로 가득할 것 같았는데, 막상 가보니 생각보다 밝고, 순수한 아이들의 모습을 아직은 벗어던지지 못했더군요. 이 아이들이 모두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오지랖 넓은 생각도 함께 해 본 하루였습니다. 


저도 이제 나이가.... ㅠㅠ 슬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