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묻다 - 응팔 치타여사 라미란과 성동일

Posted by peterjun
2016. 1. 16. 07:59 하고싶은 이야기들/사람이야기


오늘은 현실속이 아닌 드라마 속의 사람을 조금 살펴보려고 합니다. 바로 응팔의 치타여사인 라미란씨와 명예퇴직을 한 성동일씨인데요. 두 연기파 배우들의 멋진 연기 덕분에 눈물도 찔끔하고 삶도 함께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공감'이라고나 할까요? 배우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지기 전에 제 눈물이 먼저 흘러나온건 정말 뜻밖이기도 했네요. ^^


<삶을 묻다 - 응팔 치타여사 라미란과 성동일>



응팔 19화의 부제목은 '당신은 최선을 다했다'입니다. 드라마가 마지막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각각의 애정라인이 정리되는 것이 큰 흐름이지만, 19화를 꽉꽉 채워준 것은 다름아닌 어른들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치타여사인 라미란씨는 갱년기를 맞이하게 되고, 성동일씨는 한일은행 명예퇴직을 당하게 되죠. 


라미란


여성의 갱년기를 제 스스로 겪어본 적이 없고, 겪을 일도 없지만 얼마나 힘이 들고 괴로운지 조금은 알고 있습니다. 건강에 대한 공부를 하다보니 특히 많이 접하게 되는 것 중 하나여서 미약하나마 글로 배웠다고나 할까요? ^^


다 보기 싫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 만사가 귀찮기도 하고, 온 몸이 쑤시고 힘들기도 하며, 삶을 되돌아보며 한없이 허무한 감정을 느끼기도 합니다. 처음 쇼파에서 라미란씨가 아주 잠시 뜸을 들이며 괜찮다는 표현을 하는데, 저도 모르게 속에서 북받쳐 올라오는 게 느껴져 좀 당황스럽기도 했습니다. 엄마 라미란의 생일을 챙기기 위해 늦은 시간 집에 도착한 둘째아들 루준열이 "엄마, 괜찮아?"라고 묻는 장면에서도 참 짠했는데요. "괜찮아~"라고 대답 할때도 함께 눈물을 훔쳤습니다. 


그시절 평생을 남편과 자식들만 바라보고 살아온 우리네 어머니들의 모습을 대변하는 것 같아 더 와닿은 모습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나'의 인생이 아닌 '누구누구의 아내', '누구누구의 엄마'로만 살아야 했던 삶속에서 얼마나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참아야 했을까요? 


하지만, 그런 엄마를 자식들이 이해해주고, 가족들이 함께 극복하게 되는 과정은 참 잘 표현되었던 것 같습니다. 어려운 시절 결혼식 올릴 돈이 없어서 가짜 웨딩사진으로 대신했던 걸 아들 정팔이가 알게 되었고, 멋진 이벤트와 함께 치타여사의 갱년기는 물러나게 됩니다. ^^


성동일


당시 명예퇴직이 꽤나 유행을 했었는데, 금융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성동일씨의 명퇴사건은 당시에 흔했던 일들 중 하나였죠. 지금은 으례히 그러려니~ 하지만, 그때 당시엔 참 짠한 마지막이기도 했습니다. 그 후로 여러 은행들이 문을 닫기도 했었죠. 성동일씨의 한일은행 명퇴는 단지 당시 현실적인 문제를 보여주는 것만이 아닌 치타여사 라미란씨와 더불어 '삶을 묻기 위한' 또 하나의 소재입니다. 여성의 갱년기와 더불어 한평생 가족들만 생각하며 일터에서 온갖 모진 일들을 다 견뎌내온 마지막 남자의 모습을 함께 그리고 있습니다. 


우리네 아버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표현이 서투르고 잘 안되서 그렇지 얼마나 마음이 아프고, 서럽고, 허망할까요? 수십년을 고생했는데, 회사에서 나몰라라 하며 명예퇴직이란 허울좋은 이름으로 쫓아낼 때... 곧 정년을 앞둔 우리네 아버지는 삶이 어쩌면 너무나도 허망했을 수도 있습니다. 


성동일씨가 후에 자신이 잘못생각했다는 표현을 썼는데, 그 잘못된 생각이 바로 그런 생각들일 것입니다. 이 역시도 드라마이기에 가족들... 특히 딸들이 주도하여 아빠의 그동안의 수고를 인정해주고, 감사해하는 이벤트와 함께 힘든 마음들이 녹아버리게 됩니다. 꽃잎이 진다고 해서 끝이 아니라고 하는 성동일씨의 대사는 정말 가슴 뭉클했습니다. 그의 말대로 자식이라는 열매가 앞에 있기 때문이죠. 


인생이라는 것은 참 정신없이 흘러가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문득 뒤를 돌아보면 너무나도 허망하기도 하고, 나이를 먹은 나를 인지하는 순간 너무 슬퍼지기도 합니다. 그래도 안좋은 생각들로 나를 훼손할 필요는 없겠지요. 어쨌건 시간은 또 흐르고, 난 앞으로 나아가야 하니까요. 


소중한 가족들과 함께 슬기롭게 헤쳐나가는 우리네 소시민의 아름다운 모습을 잘 그려낸 한 편의 드라마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


가족들과 함께 늘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