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날 협재해변 풍경, 하늘과 바다

Posted by peterjun
2016. 10. 18. 09:57 여행 이야기/제주도 이야기

제주 날씨는 꽤나 변덕스러운 편입니다. 동남아시아 여행할 때처럼 그 정도의 변덕은 아니지만, 날씨가 맑았다가도 갑자기 흐려지고, 흐렸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맑아지기도 하지요. 덕분에 저의 외출도 그날그날 직접 날씨를 보고 결정하게 됩니다. 아침에 잔뜩 흐린 하늘이었는데, 갑자기 해가 쨍쨍 내리쬐는 걸 보니 절로 발걸음이 옮겨지는 하루였네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해변이기도 한 협재해변을 찾아 길을 나섰습니다. 



입구에서 맞이해주는 석상들을 먼저 찍어봅니다. 제주의 대표격인 해녀의 돌 석상이지만, 크게 와 닿진 않았네요. 그저 흔히 볼 수 있는 석상 같은 느낌!!! 포토존으로 이용하라고 대놓고 만들어 둔 곳이라는 느낌이 먼저 들어서 그랬는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이렇게 사진으로 다시 보니 조금은 다른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당시엔 바다 곁으로 빨리 가고 싶어 사진만 찍고 스윽~ 지나쳐버렸거든요.



두 번째로 제주도에 방문했을 때 협재해변을 보고 무척이나 놀랐던 적이 있었는데, 벌써 오랜 시간이 흘러버렸네요. 그 뒤로도 제주만 찾으면 이곳을 가고 싶어 했는데, 이상하게도 그럴 기회가 거의 없었습니다. 이참에 너무나도 사랑하는 장소를 찾으니 감회가 새롭네요. 깨끗한 물과 하얀 모래사장. 너무 보고 싶었습니다.




평일이어서 그런지 사람이 그리 많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비록 성수기는 끝났다 하더라도 협재해변의 인기가 많은 것에 비하면 적은 편이 아닌가 싶었네요. 깨끗하고 아름다운 바다여서 그런지 연인들이 특히 많이 보였네요. 물론 저처럼 혼자서 여행하는 분들도 상당히 있었고 가족 단위로 찾은 분들도 많았습니다. 마침 물이 빠진 타이밍이라 좀 더 안쪽까지 들어가볼 수 있어서 더 좋았습니다. 



물을 그리 좋아하지 않고, 또 무서워하기도 해서 바다를 늘 바라보기만 하는 편인데, 이렇게 혼자 있으니 용기내어 가까이 다가가 봅니다. 짖궂은 장난을 칠 친구들도 없고, 깊은 곳도 아니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네요. 이곳에서는 그 어떤 장면도 군더더기 없이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날씨가 맑고 물이 빠지니 비양도가 더 가까워 보입니다. 수영하는 이들은 거의 없어도 물에 발이라도 담그는 분들은 꽤 있었습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바다를 한참 바라보고, 비양도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네요. 확실히 혼자서 하는 감성 여행은 남자보다 여자분들이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이날 혼자 바다를 거니는 사람은 꽤 있었는데, 대부분 여자분들이었거든요. 



혼자도 좋고, 함께도 좋습니다. 이런 아름다운 곳에서는 그 어떤 조건도 필요 없이 누구나 행복해질 것만 같습니다. 사색을 좀 해보려고 했지만, 마음이 그저 평화롭기만 해서 별다른 생각이 들지도 않더군요. 따사로운 가을 햇살과 깨끗한 바다가 마음속의 때를 다 벗겨내 주는 것만 같아 미소가 절로 지어집니다. 발이라도 담글 준비를 해갔으면 참 좋았을 텐데, 아쉬움을 사진 찍는 것으로 달래봅니다. 



태양이 눈부시게 내리쬐고 있었지만 뜨겁지는 않았습니다. 한여름의 태양이 아닌 천고마비 계절의 따뜻한 태양이니까요. 물에 발을 담글 수는 없었지만, 최대한 물 가까이서 거닐어봤습니다. 평소 사람 구경을 좋아해 어딜 가던 사람들을 유심히 살펴보는 편인데, 이날만큼은 그저 아름다운 자연만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 잠시의 평화로움이 언젠간 힘든 마음을 위로해주리라 믿으며...



그 와중에 어린 고등학생 커플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너무 오래전이라 이제는 기억을 더듬어야 흐릿하게라도 기억이 나는 시절이지만, 풋풋하고, 순수하고, 그저 예쁘기만 했던 그때의 사랑이 떠오르더군요. 눈 앞의 어린 커플의 순진난만한 데이트모습이 마음을 더 흐뭇하게 해줍니다. 손 한번 잡아보는 데도 수도 없는 망설임을 거쳐야 하는 그 모습에 살짝 웃어봅니다. ^^



누군가의 소망이 담긴 작은 현무암 돌탑들이 한쪽에 몰려 있습니다. 하나씩 쌓아 올린 작은 꿈들이 모여 또 하나의 장관을 만들어냅니다. 그 누군가의 꿈에 작은 돌 하나 올려 저의 조그마한 바램도 빌어봅니다. 





역시나 하염없이 감성에 젖어 있으니 시간 가는 줄을 모릅니다. 어느새 해가 내려가고 있었는데, 그 모습 또한 너무 아름다워 더더욱 자리를 뜰 수가 없었네요. 시간이 지날수록 더 감성적이 되어가는 느낌이랄까... 




저 해가 다 질 때까지 이 자리를 지키리라~ 라는 생각과 함께 떨어지는 해를 하염없이 바라보았습니다. 해가 지려고 하니 서서히 주변 사람들에게도 눈길이 돌아갑니다. 조용히 앉아서 떨어지는 해를 바라보는 이들의 마음을 헤아려보기도 하고요. 여전히 특별한 생각이 들지는 않습니다. 평화로운 마음은 여전하고.... 조금 다른 게 있었다면 절로 가족들 얼굴이 떠오른다는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폰으로도 사진을 찍고 가족톡방에 공유를 해봅니다. 떨어져 지낸 지 2주도 채 되지 않았는데, 가장 그리운 얼굴들...



해질녘 비양도의 모습입니다. 물이 한참 들어오고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더 멀어 보이는 섬이 외로워 보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외로움을 가지고 살아가는데, 애써 외면하고 있던 외로움이 성큼 다가와 살짝 내 마음을 흔들어 놓기도 합니다. 




해가 다 내려가고 어둠이 살짝 깔릴 때 즈음까지 해변에 서 있었습니다. 한 여인이 바다와 맞닿는 가장 먼 곳에서 하염없이 노을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눈에 뗬는데요. 한 시간을 넘게 꼼짝않고 그 자리에 서서 생각을 하는 모습이 무척이나 인상 깊었습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대화를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지만, 이내 포기하고 맙니다. 아주 어릴 적 호기 넘치게 이성에게 들이댔던 그 시절이 아니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삶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보고 싶은 생각이 자꾸 들었기에 지금도 기억에 많이 남아 있습니다. 


오랜 친구를 만난 느낌이랄까... 그렇게 반가운 마음으로 협재해변을 찾아 하루 종일 해변을 떠나지 않고 그 순간을 즐겼습니다. 특별한 사색을 한 건 아니지만, 그 자체로도 힐링이 되어 너무 좋은 하루였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