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절물자연휴양림, 비오는 날의 운치

Posted by peterjun
2016. 10. 23. 15:31 여행 이야기/제주도 이야기

제주의 날씨는 변덕이 심한 편인데요. 섬이어서 그런지 비도 자주 오는 편입니다. 이번에도 이틀 내내 많은 비는 아니지만, 꾸준하게 계속 내렸는데요. 한동안 너무 안 돌아다녀서 몸이 근질근질한데 비가 와서 계속 고민만 하고 있던 찰나에 지인에게 연락이 와서 함께 나서게 되었네요. 비오는 날 제주에서 갈만한 곳에 대해 검색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은데, 실내 활동이 좋겠지만 자연휴양림 같은 곳을 비옷이나 우산을 쓰고 거닐어 보는 것도 제법 운치가 있어 좋습니다. 개인적으로 '비자림'을 참 좋아하는 편이지만, 제주의 다양한 휴양림은 모두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주차장


이번에는 제주절물자연휴양림을 찾았는데요. 규모가 크기도 하고, 인기도 많아 사람이 항상 많은 곳입니다. 비가 제법 내리고 있었고, 안개도 많이 끼어 있어서 사람이 거의 없을 줄 알았는데, 완전 오산이었네요. ^^ 주차장에 차가 상당히 많이 들어차 있습니다. 이분들 비를 제대로 즐길 줄 아는 분들이라고 해드리고 싶네요. 


절물자연휴양림 입장료


입장료가 어른 기준으로 1,000원이고, 주차비도 내야 합니다. 차를 주차장에 대려면 입구에서 주차비와 입장료를 함께 정산하고 들어가면 됩니다. 큰돈 들어가는 건 아니니 가볍게 지불하고 주차를 했네요.


절물휴양림지도


절물휴양림 전체 지도입니다. 꽤 넓은 공간이지만, 다양한 코스로 길이 나 있어 취향에 따라 일정에 따라 맞춤형 코스를 짜서 들어가면 제대로 즐길 수 있습니다. 주로 숲길이고 힐링의 공간이기에 어딘가는 꼭 가야 한다고 이야기할 것까지는 없는 것 같네요. 생각보다 안개가 많이 껴서 조금 짧은 코스로 돌아보자는 계획과 함께 입장했습니다. 


커플


숲길


비가 그리 많이 오지는 않아서 함께한 지인 커플은 우산을 접고 도란도란 대화하며 데이트를 합니다. 그 뒤를 따르는 저는 우산을 쓰고 앞의 커플을 조금은 부러워하며 운치 있는 이 상황을 즐겨봅니다. 맑은 날에는 장관을 이루는 숲이지만, 비가 오는 날에는 감성을 일깨워주는 풍경을 선물해줍니다. 너무 북적거리지 않아 조용하게 산책하기에 정말 좋습니다. 우산에 조금씩 떨어지는 빗소리와 새들의 울음소리가 마음에 힐링이 되어줍니다. 



우리 몸의 신진대사의 활성화, 심폐기능의 강화 등에 좋은 삼림욕의 효능을 보기 위해 많이들 찾기도 합니다. '피톤치드'가 요즘은 대세이지요. 육체의 건강에도 좋은 숲이지만, 비오는 날에는 마음의 건강에도 특효약이 되어줍니다. 


장승



다양한 조각물들이 곳곳에 세워져 있는데, 이렇게 강풍으로 인해 쓰러진 나무들을 재활용하여 만든 다양한 예술작품들도 있습니다. 아마 아무도 없이 혼자라면 운치보다는 무서움이 먼저 느껴질 수도 있는데, 간간히 사람이 있기에 그런 무서움의 느낌은 전혀 들지 않습니다. 


장승이정표


장생의숲길


중간중간 이정표가 잘 세워져 있어, 갈림길에서 헷갈리지 않고 잘 선택할 수 있습니다. 메인으로 깔려진 길은 나무길로 되어 있어 비가 와도 신발이 질척거릴 일이 없고요. 다양한 숲길이나 이런저런 샛길들에는 흙길도 많은데, 이런 흙길은 너무 좋기는 하지만, 비오는 날씨에 신발을 버릴 수 있으니 저는 좋은 길로만 산책했네요. 



제주전통묘


가다 보니 제주 전통묘가 보입니다. 이런 공공휴양림에 어째서 이런 묘가 있냐는 생각이 잠시 들었는데, 어떤 시설물을 세우든 묘든 건들지 않는다고 지인이 설명해줍니다. 심지어 제주 시내에 어느 곳의 새로 지은 빌딩 옆에 묘자리가 하나 있는 케이스도 알려주더군요. ^^ 


절물숲길


버섯 조각품


이런 날씨에는 아주 천천히 걷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커플은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면서 걷기에 좋고, 혼자인 저는 깊고 가벼운 사색을 하며 걷기에 좋았습니다. 제주에서 힐링을 많이 한 상태이기에 떨쳐내고 싶은 복잡한 마음들이 따로 있지는 않아 평화로운 마음과 함께 산책했네요. 비오는 날씨를 워낙 좋아하기에 더더욱 즐길 수 있었던 산책길이었던 것 같습니다. 


절물약수터


의자


약수터도 있었는데, 수질관리가 되고 있는 곳이라 잠시 쉬면서 물 한잔 하고 가도 되지만, 비오는 날에는 그럴 수 없으니 조금 아쉽기도 합니다. 곳곳에 쉴 수 있는 자리나 평상들이 많이 마련되어 있어 비가 오지 않을 때는 쉬엄쉬엄 충분히 시간을 가지고 돌아볼 수도 있습니다. 어르신들을 모시고 찾는 분들께도 좋은 곳이네요.


절풀펜션


숲속의 집입니다. 깊은 곳에 위치한 이곳은 숙소로 사용되는 곳인데, 일반인들도 이용할 수 있는 곳이라 합니다. 다만, 이 숙소를 잡는 것 자체가 무척이나 어렵다고 하네요. 


놀이터


비오는날



아이들이 놀 수 있는 놀이터도 여러 군데 마련되어 있습니다. 비가 올 때는 아이들이 있다면 실내활동을 하는 것이 좋겠지요. 이 놀이터는 맑은 날에나 활용될 수 있겠네요. 이런저런 풍경을 둘러보며, 새소리도 들으며 사색도 하고... 아주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적당히 내리는 빗속에서의 운치 있는 숲 속 산책은 쉽게 경험할 수 있는 게 아니니 더더욱 가치 있는 시간이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