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후르츠, 오래 익어 맛있는 삶

Posted by peterjun
2019. 1. 3. 21:59 일상이야기/일상 다반사

최신영화를 보고 싶었지만, 시네큐브에서 잔잔한 영화를 보자고 꼬시는 친구의 말에 홀랑 넘어갔습니다. 가끔 실패하긴 하지만, 그 나름의 맛이 있는 다양한 예술영화를 꽤나 좋아하기 때문이죠. 이번에 본 건 인생후르츠. 일본의 어느 노부부의 삶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인생후르츠, 오래 익어 맛있는 삶>

인생후르츠

오랜만에 광화문 시네큐브를 찾았습니다. 한참 다닐 땐 사람이 거의 없어 바로바로 영화를 볼 수 있었는데, 이제는 꽤나 많은 이들이 찾네요. 제가 본 영화도 매진이었습니다. 

시네큐브 광화문

제91회 키네마준보 베스트10 문화영화부문 1위, 키키 키린 내레이션. 둘이 합쳐 177살이고, 65년을 함께 한 어느 노부부의 삶을 그린 영화입니다. 이분들의 삶은 꽤나 잔잔하면서도 강한 삶이었습니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집은 삶의 보석상자'라고 말하는 '츠바타 슈이치' 할아버지는 오랜 시간 건축에 몸담고 있었고, 그 건축은 늘 자연과 함께이길 바라는 분이었습니다. 자신이 세팅한 마을을 위해 그곳을 계속 지키며 함께 살아가고, 삶의 터가 자연과 어우러질 수 있게 애쓰는 모습이 정말 멋집니다. 

따뜻한 허니 레몬 & 배 음료수

그리고, 65년 동안 함께 살면서 배려의 마음으로 '차근차근 할 수 있는 일은 스스로' 살아오신 '츠바타 히데코' 할머니. 이 할머니의 표정과 웃음이 세파에 찌들지 않고 순수해 보여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었네요. 마치 동화 속 커플처럼 두 분은 65년이 지났어도 애틋하면서도 예쁜 사랑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바람이 불면 낙엽이 떨어진다.

낙엽이 떨어지면 땅이 비옥해진다.

땅이 비옥해지면 열매가 열린다.

차근차근, 천천히...

영화는 노부부의 슬로 라이프를 보여주고 싶어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런 느낌은 거의 받지 못했습니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와 비교할 수밖에 없었는데, 아쉬운 느낌이 더 많긴 했네요. 하지만, 이 두 분의 삶은 정말이지 '오래 익어 맛있는 삶'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을 만큼 잔잔하면서도 아름다운 모습이었습니다. 

50년 동안 살아온 집에서 과일 50종, 채소 70종을 키우며 살아가는 두 분의 모습. 나도 훗날 나이를 충분히 먹게 되면 저렇게 모나지 않고 잔잔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