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걷기 좋은 길, 청계천 겨울 풍경, 광화문~오간수교

Posted by peterjun
2017. 2. 4. 08:30 여행 이야기/여행 관련 정보

때로는 찬바람 맞으며 머리도 식힐겸 겨울산책을 나서는 것도 좋은 것 같습니다. 너무 춥지만 않으면 그 나름의 운치를 즐길 수도 있고, 기분전환도 되기 마련이죠. 서울 도심에서 걷기 좋은 길로는 청계천길이 참 유명한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잠깐의 시간이 나서 달려가 천천히 산책도 하고, 청계천의 겨울 풍경도 즐겨봤네요.

스프링 조형물

시작은 광화문에서부터입니다. 청계천 길 입구에 서 있는 거대한 조형물인 '스프링'은 세계적인 작가 클래스 올덴버그와 코샤 반 브루군의 공동작품입니다. 다슬기 모양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하니 어쩐기 귀엽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안쪽의 디자인이 좀 익숙하면서도 느낌이 있는데, 바로 우리 전통한복의 옷고름에서 착안된 것이라 그렇습니다. 어쨌건 매번 갈 때마다 보는 녀석이지만, 매번 사진을 찍게 되기도 합니다. 

광화문 스프링

청계천의 시작코스에는 언제나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겨울이라고 해도 예외는 아닌데요. 날이 쌀쌀한 만큼 외국 관광객들이 주로 있는 편입니다. 기념 사진 찍기에 좋은 곳이지요. ^^ 이곳에도 나름 의미있는 디자인이 되어 있는데, 바닥의 지형이 바로 그것입니다. 단순히 예쁘게 디자인만 하려고 한 게 아니라, 우리나라 8도를 표시한 팔석담이라는 이름으로 나름의 화합을 비는 디자인이라고 합니다. 

청계천

청계천 입구

그 끝에는 동그란 모형이 하나 있는데, 사람들이 그곳에 동전을 던집니다. 처음에는 이런 행위가 없었던 것 같은데, 언제부턴가 행운의 동전을 던지는 사람들이 있더군요. 동전 던지는 곳이 표시되어 있는 걸 보니 여태 나만 몰랐던 게 아닌가 싶네요. 이날도 어김없이 관광객들이 열심히 동전을 던지고 있었습니다. 

모전교

행운의동전 던지기

광화문~오간수교 코스는 총 2.9km거리로 왕복으로 다녀와도 천천히 산책하는 기준으로 넉넉하게 한시간 반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겨울 추위에 너무 오래 걷는 것도 힘들 수 있으니, 오간수교로 올라가서 돌아오는 길을 택했네요. 동대문역1,4호선이 바로 있고, 동대문시장이 있어 쇼핑코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여러모로 괜찮은 코스입니다. 

청계천 풍경

청계천 걷기 코스

처음 만나게 되는 다리는 모전교(Mojeongyo)입니다. 심플하면서 최대한 깔끔한 디자인으로 구성하여 만든 다리같네요. 옛날 과일을 팔던 과전의 향기와 함께 이곳이 화합과 소통의 이정표가 되길 기원하며 만들었다고 합니다. 겨울 공기가 제법 차가워 이 첫 번째 다리를 지나면서 이미 사람이 줄어들기 시작합니다. 

모전교

대단한 자연풍경이 펼쳐지는 곳은 아니지만, 도심속의 공간이라는 것이 큰 의미를 주는 것 같습니다. 깨끗한 물이 흐르기에 천천히 길을 따라 걷다보면 절로 사색에 잠기게 되는 것 같습니다.  

중간중간 징검다리로 건너편을 오갈 수도 있지만, 굳이 길을 바꿀만큼 양쪽에 다른 볼거리가 있는 것은 아니니, 한 길로만 걸어갔네요. ^^

징검다리

징검다리

대부분 경사가 거의 없어 잔잔하게 흐르지만, 곳곳의 포인트에 약간의 경사가 있습니다. 그래서 평화로움이 이어지다가 어느 순간 생동적이 되는... 마치 리듬을 타는 듯한 물의 흐름입니다. 

흐르는 물

모전교를 지나 다음 다리는 광통교입니다. 다리 안쪽 벽면의 무늬가 전통적이면서 꽤 멋스럽다는 느낌입니다. 딱히 조명이 없기에 어둑어둑해서 조금은 싸늘한 느낌이 들기도 했네요.

다리밑 사람들

전통 무니가 새겨진 벽

앙상한 가지들만 남아 있는 겨울 나무들을 보면 어쩐지 쓸쓸함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오랜만의 외출답게 그런 느낌보다는 상쾌함이 가득했습니다. 시원한 공기가 머릿속을 청량함으로 바꿔주는 느낌도 들었고요. 연인들, 가족들, 친구들, 때론 혼자서 걷는 이들 모두 이런 좋은 느낌을 즐기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겨울 냇가

겨울 하늘

주황빛깔의 광교는 꽤 큰 다리였습니다. 별 다른 디자인적인 요소는 없지만, 다리 구간이 넓어 한참을 걸어야 이 다리를 관통할 수 있었네요. 

광교

좀 더 걷다보면 벽에 그림들이 잔뜩 나타나게 되는데, 우리 옛모습을 그려놓은 것입니다. 엄청난 양의 그림인데, 처음 마주하게 되는 건 조선시대 궁궐을 지키는 군인들의 행렬입니다. 이 그림은 장통교까지 이어지고, 궁을 지키던 이들의 모습들이 계속 줄이어 나옵니다. 곳곳에 설명이 쓰여 있는데, 정조혜경궁홍씨 등 다양한 이야기를 엿볼 수 있으니 읽어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벽화

청계천 벽화

장통교

삼일교는 참 화사하게 꾸며놓은 다리입니다. 별 생각없이 걷다가 느닷없이 펼쳐지는 화려한 꽃무늬 디자인에 살짝 놀라기도 했네요. 곳곳에 그려져 있는 귀엽고 아기자기한 느낌의 그림들을 구경하는 것도 산책의 묘미입니다. 

삼일교

꽃무늬 벽화

귀여운 캐릭터 이미지

'물길따라 걷다보면 어느새 맑아진다. 오늘 우리 걷자, 이길따라...' 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옵니다. 청계천 길을 걷는 내내 유일하게 볼 수 있는 커다란 문구인데요. 이 겨울 청계천길을 걷다 보니 정말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입니다. 

글귀

겨울풍경

삼일교를 지나면 한동안은 큰 특색없는 길이 이어지는데요. 수표교, 관수교, 세운교, 베오개다리를 지나면서 깊은 사색을 할 수 있었습니다. 사람도 거의 없어 한없이 생각속으로 빨려들어갈 수 있었네요. 좀 더 긍정적인 사고를 하기 위해 요즘 많이 노력하고 있는데, 이날 이 코스의 산책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관수교는 종로3가역으로 이어집니다. 

청계천 다리들

어떤 다리밑에는 비둘기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조금 놀라기도 했네요. 혼자서 생각하고 조금 웃기기도 했는데, 비둘기가 저리 높은 곳에 올라갈 수 있었던가? 라는 생각이 들어 피식 웃었네요. 곳곳에서 여유롭게 떠다니는 오리들은 참 예쁘기도 하고, 너무 평화로워 보여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 잡기도 합니다. 주로 둘씩 짝지어 돌아다니는 것이 아마 서로 짝이기 때문이겠지요? 

애인과 함께 산책하는 분들에게 어쩌면 더 특별한 풍경이 될 것도 같습니다. 

다리밑 비둘기

청둥오리

새벽다리, 마전교, 나래교, 버들다리를 지나는 구간도 특별하게 화려한 디자인 같은 건 없습니다. 심플하게 산책할 수 있는 환경이 그저 이어질 뿐입니다. 물고기가 왜 없을까? 생각을 했는데, 어린 아이들이 놀라는 걸 보고 가서 보니 셀 수 없이 많은 어린 물고기들이 곳곳에 있었습니다. 저녀석들 다 크면 엄청날 것 같아 되려 징그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군요. 마전교에서 올라가면 종로5가역으로 이어집니다. 

청계천 다리들

물고기

조금은 차가운 공기에 몸이 반응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래도 아름다운 청계천과 함께 걷고 있는 그 순간이 너무 소중했고, 너무 좋았네요. 어느새 오간수교에 도착했고, 이곳의 유래에 대해서 살짝 읽어보고 조금 더 걸어봤습니다. 

담쟁이넝쿨

겨울청계천

오간수교

하지만, 맑은내다리에 이르니 공사현장이 나오기 시작했고, 역시나 오간수교에서 적절하게 마무리 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이 되어 올라와 동대문역에서 지하철을 탔습니다. 언제가도 시끌벅적하고 사람도 많고, 그리고 싸게 쇼핑할 수 있는 이곳을 그냥 지나치게 되어 조금 아쉽긴 했네요. 

옛날풍경

맑은내다리

공사현장

오랜만에 간 청계천에서 제대로 된 산책을 할 수 있어 정말 좋았고, 또 이렇게 한번 내 마음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 더 좋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