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이역 동태매운탕, 추운날엔 역시 따뜻한 국물

Posted by peterjun
2017. 1. 24. 09:29 일상이야기/맛집과 먹거리이야기

겨울 날씨치곤 애매했던 날들이 계속 이어졌지만, 요새는 꽤나 춥습니다. 몸을 움츠리게 되고, 녹지 않는 눈을 보면 더 춥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제야 겨울다운 날씨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뭐든 즐기는 게 최고니, 이 추운 날들에도 불평불만보다는 아직은 겨울이 춥다는 사실에 감사하다는 생각을 해보는 게 어떨까 싶네요. 

이런 날씨를 즐길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바로 먹거리인 것 같은데요. 쌀쌀하거나 추운 날엔 역시 따뜻한 국물이 최고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기 마련이지요. 더워야 빙수가 정말 맛있듯이 추울 때 먹는 뜨끈뜨끈한 국물은 그 맛을 배가시켜줍니다. 

방이역 1번 출구를 나와 스타벅스 뒷편으로 가면 생긴 지 얼마 안 되는 일구칠구 동태매운탕집이 있습니다. 서울에 몇 군데 되지는 않지만 어느곳이든 맛이 좋아 장사가 잘되는 작은 체인점입니다. 별다른 메뉴들이 없고, 오로지 동태메뉴만 고집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최근들어 대구뽈찜이 출시되었는데, 아구찜 못지않게 맛이 좋아 인기가 많다고 합니다. 

1979년부터 시작된 이 동태전골의 본점은 서울 난곡에 위치해 있습니다. 동태를 워낙 좋아해서 일구칠구 동태매운탕 각 지점을 거의 다 돌아봤네요. ㅎㅎ 기본 찬은 심플합니다. 매일 바뀌기도 하고, 메인메뉴를 살짝 서포트하는 정도라 반찬의 퀄리티가 대단하지는 않습니다. 

테이블마다 가스렌지가 세팅되어 있고, 전골 형식으로 동태매운탕이 나옵니다. 일반 식당처럼 뚝배기에 하나씩 나오는 시스템이 아니니 가히 전골전문점 답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곳은 라면사리나 공기밥 같은 배를 채울 수 있는 것들은 무한리필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양이 상당해서 밥 한 그릇, 라면사리 하나 정도면 충분하기도 하지요. ^^

동태의 살코기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동태전골을, 내장도 좋아한다면 내장전골을, 알탕을 즐기는 분이라면 섞어전골을 주문하면 되겠습니다. 전 주로 동태전골 아니면 섞어전골을 먹는 편이네요.

적당히 익혀서 나오기 때문에 한소끔 끓여주고 바로 먹으면 됩니다. 이날은 일행이 있었지만, 식사는 혼자 해야 했기에 아담하게 시켜먹었는데요. 끓는 동태매운탕의 국물을 보고 있으니 얼어 있던 몸이 조금씩 녹는 기분이 듭니다. 조금씩 나오는 하루 숙성시킨 수제비 반죽을 적당히 잘라 넣어줍니다. 

전 동태의 푸짐한 살코기를 참 좋아합니다. 맛도 있고, 식감도 저한테는 딱 맞고요. 어릴 때부터 어머니께서 제일 맛있게 해준 음식이 동태탕이어서 그런지 저에게는 추억의 요리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엊그제 먹었는데, 포스팅하다 보니 또 먹고 싶어지네요. ㅠㅠ

푸짐한 동태 살코기들과 알은 정말 맛이 좋습니다. 개인적으로 알탕도 참 좋아하거든요. ^^ 따뜻한 국물 한 숟가락씩 떠먹을 때마다 속이 풀리고, 몸에 열이 차오릅니다. 역시 겨울엔 이런 국물 요리가 최고인 것 같습니다. 깊은 맛이 일품인 동태매운탕은 언제 먹어도 맛있지만, 추운날에 먹으니 역시 더 맛이 좋더군요.

얼큰한 국물이지만, 그리 맵지 않아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맛입니다. 은은하게 속을 달래주면서 얼큰한 느낌이라 매운걸 아예 못먹는 아이들을 제외하곤 부담없이 먹을 수 있을 것 같네요.

고기를 건져 먹은 후에는 사리를 넣어 먹으면 되는데요. 이날은 배가 너무 불러 그 좋아하는 라면사리 하나 넣어 먹지 못했네요. 지금 생각하니 어쩐지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ㅠㅠ 쫀득한 수제비의 그 식감이 아직도 입에서 맴도는 것 같네요.

이 계절에 어울리는 음식임을 잘 아시는 어르신들이 참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직원분들이 정말 친절해서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었네요. 춥다고 너무 움츠러들지 말고, 이렇게 따뜻한 국물이 있는 음식과 함께 행복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