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야간 산책, 한강~서울역~남대문~명동~종각

Posted by peterjun
2018. 1. 22. 23:57 일상이야기/일상 다반사

코스가 꽤 길지요? 지그재그 코스로 좀 움직이는 바람에 총 4시간 30분을 걸었습니다. 겨울에 도심을 네시간 반이나 걷는다는 건 확실히 조금 무리이긴 하지만, 정말 답답하고 힘들 땐 이런 게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다리가 풀릴 때까지 걷다 보면 조금은 나아지거든요. ^^ 걷다 보니 날이 저물어 결국 서울 야간 산책을 하게 되었습니다. 

<서울 야간 산책, 한강~서울역~남대문~명동~종각>

한강 63빌딩

집에서 나와 여의도 마포대교까지 천천히 걸었습니다. 거의 여의도를 한 바퀴 돌았네요. 매일 어머니랑 30분 ~ 1시간 통화를 해야 해서 이 시간을 이용했네요. 마포대교 앞에서 이제부턴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다고 하며 통화를 마무리했습니다. 

마포대교 내일은 해가 뜬다

마포대교 조형물

가슴이 많이 답답할 때 자주 가는 다리가 마포대교네요. 이곳에 가면 많은 응원 문구들을 볼 수 있거든요.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지만, 이 다리에서 생명을 버린 이들도 많지요. 어쩌면 그들의 괴로움에 비하면 난 괜찮구나~ 라는 생각을 하고 싶은지도 모릅니다. 

마포대교 행복하고 싶다

마포대교에서 바라본 노을

마포대교를 건너는 사이 해가 거의 지고 있습니다. 겨울바람이 조금 차긴 했지만, 얼굴과 다리가 좀 추울 뿐 두터운 잠바가 있으니 견딜 만 합니다. 강추위에는 별로지만, 어느 정도 추위엔 이런 한강 다리에 놀러 가면 오히려 상쾌한 기분이 듭니다. 마음이 처져 있을 때 한번 찾아가보세요. ^^

마포대교를 건너 가든호텔을 지나 공덕동으로 접어듭니다. 이쯤에서 멈추고 전이나 먹으러 갈까? 하고 잠시 고민하다가 다시 걷습니다. 오래전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편집부에서 알바로 몇 달 일한 기억이 떠올라 추억을 곱씹으며 걸었네요. 당시 제 실수로 4컷짜리 만화가 이틀 연속 같은 게 나가서 난리가 난 적이 있었네요. ㅎㅎ

숙명여자대학교

걷다 보니 효창운동장을 지나 숙대 앞을 지납니다. 20대 초반에 참 많이 갔었던 곳이기도 한데, 지금은 괜히 부담스럽네요. 아재가 되었으니 그럴 만도 합니다. 오래전 효창운동장에서 베이비복스, 핑클, SES 공연을 본 기억이 나네요... ㅋ

서울역

한참을 더 걸으니 서울역입니다. 안에 잠시 들어가 보니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있어 발 디딜 틈도 없어 보였습니다. 화장실에 잠시 들렀다가 다시 나왔네요. 서울역 도착 전부터 남대문 쪽으로 가는 길 사이에 많은 노숙자를 만나게 됩니다. 늘 그렇지만, 수많은 노숙자들을 지날 때면 생각도 많아지는 것 같네요. 이날은 괜히 더 울적해졌었네요.

남대문 야경

남대문

서울 야간 산책코스로 좋은 남대문 근처. 조명이 비치는 남대문이 참으로 멋스럽습니다. 물론 화재 이전의 운치만큼은 아니지만요. 좀 더 가까이 가서 보고 싶은데, 야간에는 불가능한가 봅니다. 대로변을 따라 남대문을 거의 한 바퀴 돈 것 같네요.

남대문시장

남대문 시장을 관통합니다. 서울역 ~ 명동 코스는 제가 자주 애용하는 산책코스이기도 합니다. 이날은 이미 많이 걸었기에 좀 피곤했네요. 시장을 통과하면서 이런저런 것들에 눈길조차 거의 주지 않은 것 같습니다. 

멀리 보이는 남산타워 야경

명동에 도착해서 잠시 숨을 고릅니다. 이곳에서 일하는 샐러리맨 친구 녀석에게 연락을 해봤는데, 안 받네요. ㅠㅠ 그래서 지난번 갔던 루프탑이 있는 이마트 편의점 앞에 가서 남산타워를 잠시 바라봤습니다. 들어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말았네요.

명동 유니클로

친구 녀석 회사 옆 건물 유니클로 앞에는 예술 작품 몇 점이 전시되고 있었습니다. '니가 떠나간 그길에 이렇게 나만 서있다.' 지금 내 마음과 통하는 것 같아 한 장 찍어둡니다. 

명동거리

사람이 치일 정도는 아니지만, 명동 한복판엔 역시나 사람이 많습니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별로 오지 않는다 하지만, 그래도 중국어가 가장 많이 들리더군요. 색다른 길거리 음식들이 눈길을 끕니다.

청계천 야경

을지로를 지나 종각으로 가고 있는데 친구한테 전화가 옵니다. 자긴 서울역이라며.... ㅋ 술 한 잔 할까 했는데, 그마저도 물 건너갔네요. 그냥 다 포기하고 이제 집으로 가려고 마음을 먹습니다. 청계천도 잠깐 바라보고... (이때 더 걸을까 하다가 참았네요.)

보신각종 야경

마지막으로 보신각종 살짝 보고, 종각역에서 지하철을 탔습니다. 마음처럼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는 무엇이든 꼭 해야만 하는 것 같습니다. 전 다양한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풀곤 하는데, 가끔은 이렇게 미친 듯이 걸으면 풀릴 때가 있네요. 물론 이날 4시간 30분 산책이 생각보다는 효과가 없었지만, 그래도 흐늘흐늘해진 다리 덕분에 집에 와서 편히 잤네요. ^^

너무 긴 코스지만, 서울역 즈음에서 시작하여 남대문, 명동 코스는 꽤 괜찮다 생각해요. 명동에서 맛있는 밥 먹고 청계천으로 가는 코스도 괜찮은 것 같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