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여행, 길에서 만난 감성들

Posted by peterjun
2016. 12. 5. 13:02 여행 이야기/제주도 이야기

제주에 처음 발을 디딜 때는 각종 매체들을 통해 접해 본 멋진 풍경들을 빠르게 만나보고 싶은 마음이 강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유명한 관광지들 위주로 둘러보게 되지요. 그렇게 제주를 몇 번 찾다 보면 어느새 이곳 자체가 힐링되는 곳임을 느끼게 되고, 몇몇 멋진 모습을 자아내는 곳들이 아닌 제주 자체에 눈이 가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작년에는 올레길 투어를, 올해는 제주 한 달 살기까지 하게 되었네요.

제주 하늘

제주도에서 가장 눈에 들어오는 건 역시나 하늘이 아닐까 싶습니다. 날이 맑은 날은 틈만 나면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이 거의 습관화됩니다. 맑고 투명한 바다 못지않게, 내 눈을 정화시켜주는 제주의 하늘은 그 자체만으로도 나를 힐링시켜주기에 충분합니다. 

푸른 하늘

솔방울

도시의 빌딩 숲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면서 살아왔기에, 제주의 탁 트인 풍경들은 어지럽혀진 내 마음을 정리해주기도 합니다. 애써 비우려고 해도 비워지지 않던 마음이 정리되면, 넉넉한 공간이 생겨 한결 여유로움을 느끼게 됩니다. 

길 가다가 발에 채인 작은 솔방울 하나에도 시선이 갈 정도로 마음이 여유가 생기는 건 그 여유로움의 증거가 아닐까 싶네요.

제주여행 제주풍경

관광지가 아니라도 제주라는 지역적 특색은 전 지역에 묻어나기 때문에, 잠시 시간을 내어 아무 곳이나 걸어봐도 내 속의 감성들과 마주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길에서 만난 제주여행에서의 감성들은 그 어떤 것들보다 오래오래 내 안에 남아 있게 되지요.

길

제주 돌담

참 많은 곳을 걸어봤습니다. 올레길 전 코스를 투어해 보지는 못했지만, 많은 곳을 돌아보았고, 걷는 것을 워낙 좋아하다 보니 이번 제주생활에서도 엄청 걸었습니다. 하루에 수십 km씩 걸은 적이 참 많았지요.

양배추밭

당근밭

작은 밭떼기 하나를 보더라도 육지와는 다른 느낌입니다. 제주에서 많이 재배되는 양배추나 당근 등. 처음에는 낯선 녀석들이 조금은 특별한 채소들인 줄만 알았지요. 바다와 가까운 곳은 흙의 질 자체가 달라 꽤나 특이한 풍경을 자아내기도 합니다. 검은 빚깔의 흙 위에 다양한 작물들을 재배하는 모습을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요.

기타치는 사람

제주에 중국 관광객들로 미어터지고, 엄청난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에... 어딜가도 북적거릴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중국 관광객들은 주로 쇼핑 코스를 다니는 경우가 많고, 유명 관광지가 아니면 사람이 그렇게 많이 몰려 있지는 않습니다. 

도로

도보여행을 하다 보면 오히려 사람을 만나는 게 반가울 정도로 한적하게 길을 걷게 되지요. 그러니 길을 가다가 잠시 멈춰 서서 구경하고, 또 생각하는 이 여행이 풍부한 감성 여행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별다른 방해꾼 없이 아름다운 자연들과 제주의 토속적인 풍경들만이 자리하고 있을 뿐이지요.

제주 전통 가옥

건강을 위해 다시 찾는 제주지만, '비움'에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욕심이 앞서 치열하게 여기까지 달려온 나를 위로해줄 수 있었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어떤 마음으로 삶을 대할지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정리할 수 있게 되었네요. 

돌 위에 풀

내 안의 진짜 내 모습과 다른 이들이 보는 내 모습을 구별할 수 있는 눈도 이번 제주에서의 삶에서 얻게 된 것 중 하나입니다. 작은 길 위에서도 큰 힐링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제주여행의 큰 매력이 아닐까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