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 원조장수촌, 누룽지백숙의 구수한 맛

Posted by peterjun
2016. 9. 22. 13:47 일상이야기/맛집과 먹거리이야기

막내동생이 한 달을 졸라서 가게 된 안성의 원조장수촌. 이곳은 30년도 더 된 오래된 맛집입니다. 한때 까다로운 미식가였던 아버지께서 어머니와 함께 드라이브와 더불어 종종 들르시던 누룽지백숙의 원조격 식당입니다. 닭백숙을 좋아하지만, 저는 처음 가보게 되었는데요. 서울에서 가기엔 그래도 거리가 좀 되는 편이라 이참에 큰맘 먹고 따라가보았습니다. 


안성 장수촌


꽤 넓은 공간에 커다란 건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주차장도 상당히 넓어 많은 사람을 수용할 수 있음을 금세 알 수 있었습니다. 제가 간 날은 연휴 기간이었기에 손님이 그리 많지는 않았습니다. 아버지 말씀으론 점점 젊은 사람들이 우리의 옛 음식을 찾아다니면서까지 먹지 않는 것이 이유라고 하시기도 했네요. 한때 주차할 자리가 없어서 들어갈 수 없었던 때가 있었다고 하시더군요.


장수촌 메뉴판


딱히 식사시간도 아니었기에 한적한 곳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뒤편으로 길게 예약석들이 펼쳐져 있긴 했으나, 워낙 식사를 빨리하는 우리 가족들이기에... 게의치 않고 앉았네요. 메뉴는 심플합니다. 누룽지닭백숙, 능이누룽지오리백숙, 쟁반막국수 이렇게 있습니다. 아버지와 저, 막내동생 이렇게 셋뿐이었지만, 무리하게 닭백숙에 막국수까지 주문했습니다. 


원조장수촌 밑반찬들


반찬은 심플하게 나오지만, 꽉 찬 느낌이 듭니다. 특히 겉절이는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을 맛이어서 제가 열심히 먹었고, 깍두기는 신김치 좋아하는 분들께 딱 좋은 맛입니다. 갓김치 또한 맛이 잘 들어서 아버지께서 리필해서 드시기도 했고요.


누룽지닭백숙


푹 고아서 나온 닭백숙. 일반적으로 먹는 삼계탕용 영계와는 다른 닭을 재료로 사용한 것 같았습니다. 들어간 재료들이 특별해 보이지는 않았는데, 육질이 굉장히 연하고 부드러워 제대로 된 백숙을 먹는 기분이었네요. 삼은 아버지 드리고, 통마늘은 제가 열심히 먹었습니다. 달달한 밤은 막내 챙겨주고요. ^^


누룽지죽, 닭백숙죽


닭고기와 누룽지가 따로 담아져서 나오는데요. 닭백숙에 들어가는 누룽지를 강조하기 위해 위의 사진처럼 세팅이 되어 나옵니다. 고기를 먼저 먹는 동안 살살 저어 놓으면 제대로 구수한 맛을 내는 닭백숙누룽지죽이 됩니다. 



고기와 함께 먹는 것도 좋습니다. 부드러운 육질의 닭고기와 구수한 맛의 누룽지는 정말 궁합이 잘 맞는다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되더군요.


장수촌 쟁반막국수


쟁반막국수도 함께 시켰는데, 닭백숙을 먹다 보니 이미 배가 불러서 어찌 해야 할지 참 난감한 상황이 닥쳤습니다. 하지만, 막국수 또한 너무 맛있다고 막내가 입이 마르도록 칭찬을 했기에 안 먹어볼 수가 없었네요. 원조 막국수나 다른 맛집의 막국수와 다른 점이 있다면 엄청난 양의 채소가 들어가 있다는 것입니다.



면을 좋아하는지라 아마 배가 부르지 않았다면 면은 얼마 없고 채소들이 엄청 많다는 사실에 실망했을지도 모릅니다. ㅋ 하지만, 많은 채소들 덕분에 건강한 음식이라는 느낌이 드는 막국수였습니다. 



먹는 사이에 누룽지백숙 하나 포장으로 추가 주문했습니다. 어머니께서 워낙 좋아하시는 음식인데 시간이 안 맞아 함께 하지 못했기에, 따로 가져다 드리기 위해 했네요. 먹는 동안 둘러보니 주로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맛도 좋고, 건강 보양식이어서 너무 좋았는데, 젊은이들에게 핫한 음식은 이제 아닌가 싶어 조금 아쉬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거리가 멀어 서울에서 자주 가기엔 좀 부담스럽지만, 가까운 곳에 사는 분들이거나, 제대로 된 백숙맛을 보고 싶은 분들이라면 일부러 찾아가서 먹을만한 곳인 것 같네요. ^^